베낭 메고 85개국 여행 배낭족클럽 한성기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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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행이란 결국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봐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되고, 또 무엇보다도 객관화된 자기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지요.』
여행이 좋아 날마다 떠날 궁리(?)를 하며 사느라고 바쁜 국제배낭족클럽 회장 한성기씨(34)의 여행예찬론이다. 국제배낭족클럽은 배낭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유익한 여행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조직된 모임으로 현재 2백여명의 회원이 여행이 주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한씨가 지금까지 돌아본 나라는 모두 85개국. 이 중에는 유럽을 이미 여덟번이나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도 여러 차례 들러본 나라도 많다. 이렇듯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한씨의 직업은 다름 아닌 교사다.
현재 부산 성심여상에서 학생들에게 상업을 가르치고있는 그의 여행은 그래서 늘 방학동안에 이뤄진다고.
『오는 7월31일부터 8월15일까지 북유럽과 시베리아·몽고·중국 등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스톡홀름·핀란드·모스크바·울란바토르·북경·홍콩 등에서도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직접 확인해볼 생각이지요』라고 말하는 한씨는 이미 이번 여름방학계획을 마무리해 놓았다고 한다. 2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자연탐사까지 해볼 계획이라는 그에게는 이번 여행이 남달리 기대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중국에서 돌아오기 전인 8월15일 백두산 정상에 「통일염원기념비」를 우뚝 세울 특별계획을 갖고 떠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겨울방학엔 유럽·아프리카·중동 등 23개국의 박물관을 견학해 우리문화재 분포실태를 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여행에서는 무엇보다 사건준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오히려 여행을 떠나라고 학생들을 부추겨왔죠.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떠나게 되면 고생도 많이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상적인 여행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디 가면 무엇이 싸다는 식의 정보가 아니라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진정한 정보임을 알아야합니다.』 여행을 떠나려는 대학생들에게 주는 그의 충고다.
『어려서 「보물섬」「걸리버 여행기」를 읽던 호기심이 아직도 가슴에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죽는 날까지 1백여국은 더 돌아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가장 가까운 또 하나의 조국을 아직 밟아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미혼이어서 봉급을 모두 여행경비로 쓰고있다고 말하는 그는 그래도 모자라는 것은 틈틈이 여행관계잡지 등에 기고하는 기행문의 원고료로 충당하기도 한다고 재정상황을 귀띔해주었다. <이은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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