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비관론자들이 보지 못한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호 18면

증시의 비관론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ㆍ한국 등 세계 주요국 증시는 지난주에도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신천지를 향한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주가 하락을 예측했던 비관론자들은 속속 백기투항하며 노선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김영익 대투증권 부사장(리서치센터장) 등 소수 정예만이 외롭게 남아 있다. 김 부사장은 “국내 증시가 5∼6월 중 코스피지수 1300선 밑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에너지에 비춰 볼 때 일시적 호흡 조절은 있을지언정 지수가 250포인트 이상 곤두박질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비관론자들은 무엇을 잘못 본 것일까.

먼저 미국 경제의 하강을 제대로 예측하긴 했지만, 중국 경제의 예상 밖 초강세를 놓쳤다. 올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1%(연율 환산)에 달해 미국의 부진(1.3% 성장)을 충분히 커버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특히 중국의 내수 확대가 예상보다 강력한 가운데 물가 불안은 아직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빗나간 것은 1분기 실적 전망이다. 비관론자들은 달러 약세와 각국의 긴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닝 쇼크’를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시장 전망에 부합했다. 기업 4개 중 1개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미국에서도 산업장비ㆍ운송ㆍ원자재ㆍ에너지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매우 탄탄하게 나왔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중국 특수’에 힘입은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힘에 대한 과소평가다. 비관론자들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주택 대출 부실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을 찾아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것을 확인한 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활발해졌다. 더구나 각국 주택시장이 침체하자 부동산 자금까지 일부 증시로 합류했다. 엔-캐리(엔화 자금으로 다른 통화 자산에 투자)가 청산될 것이란 예상도 어긋났다.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경기회복으로 소득이 늘어나자 일본인은 해외투자를 계속 늘려 나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앞길을 둘러싼 모든 논의의 한복판에는 ‘중국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미국이 재채기하면 세계 경제가 감기를 앓았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그 위치를 차지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베이징올림픽이 마무리될 때까진 중국 경제가 크게 뒤뚱거리는 일 없이 고성장-저물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2009년 이후에 대해선 낙관-비관 전망이 팽팽히 맞선다. 아직 1년 이상 남았으니 일단은 즐기고 볼 일이다. 설사 그것이 버블이라 할지라도.

이번 주에는 한국과 미국의 통화당국이 금리정책 회의를 한다. 아직 금리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 판단 코멘트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일시적으로 출렁일 가능성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