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당한 “지폐 한장”(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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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일 0시30분쯤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고 화양동 152 앞길을 달리던 서정수씨(42·노동·거제동 258)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차를 돌렸다.
지나가는 차량도,보는 사람도 없는듯해 위반인줄 알면서도 돌머리(U턴)를 했는데 50m도 채 못가 야간교통단속 의경에게 적발되고 말았다.
아들뻘되는 단속 의경에게 사정을 했으나 통하지 않자 서씨는 면허증을 꺼내주면서 그 아래 1만원권 지폐 한장을 끼워 건넸다.
그러나 이는 서씨의 두번째 실수. 서씨는 경찰서로 연행돼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날 서울 동부경찰서 형사계의 당직사건처리부에는 서씨처럼 사소한 교통위반을 해결하려다 불구속 입건된 사람이 서씨까지 모두 3명.
김광식씨(25·운전사·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 333)는 회전위반으로 의경에게 적발되자 5천원권 한장을 내밀다 불구속 입건됐고,조영섭씨(34·상업·성내2동 30) 역시 일방통행을 위반한 뒤 1만원권 한장을 내밀다 같은 일을 당했다.
『돈을 받는 사람도 문제지만 법규를 위반해놓고 죄를 뉘우치기에 앞서 돈으로 해결하려는 풍토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서씨를 단속했던 최모의경(19)의 말.
귀찮은 것이 싫고 범칙금 3만원이 아까워 얄팍한 편법을 쓰려다 원칙에 부닥쳐 혹을 더 붙이게된 이들의 자업자득에 한편으로는 시원한 기분이 들면서도 당연한 일을 특별한 것으로 느껴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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