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 가르쳐 「인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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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지만 정작 참다운 인간을 길러주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예절교육」에서만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등한시해온 게 사실이다.
◇사례=서울M고 3학년 담임 김모 교사(55·윤리당당)는 최근 자신의 반 아이들 50명을 대상으로 부모들에 대한 호칭과 말투를 조사해본 결과 40%정도가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고 학급 전체학생의 30%는 아버지에게 반말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어머니에 대해서는 90%가 「엄마」로, 80%가 반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 교사는 요즘 성인이 돼도 여전히 「아빠」 「엄마」로 부르는 젊은이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반 학생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해봤던 것이다.
학교·가정에서 입시교육·조기교육에만 온통 신경을 쓰는 사이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을 봐도 인사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자기만 아는 버릇없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하지 못하는 예절교육을 학교에서나마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현재 초·중·고교 등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고있는 예절관련 교육은 도덕·윤리 등 교과과정에 나타나있는 단편적 지식전달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학생들에게 올바른 예절습관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예절교육=각급 학교에서도 예절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꽉 짜여진 교과과정으로 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는 상태.
대부분 도덕·윤리교사가 예절교육을 떠맡다시피 하고있으며 그나마 교과서에 나오는 피상적·일방적인 지식전달수준 정도이고 교과단원을 중심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창덕여고·혜화여고·이화여고 등 일부학교에서는 자체 생활관을 이용, 2박3일간 합숙을 하며 예절교육을 시키기는 하나 프로그램 등이 부족해 행사자체가 일과성 「통과의례」정도로 끝나 교육효과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여학생생활교육원에서 예절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박 모양(17·서울Y여고2)은 『3박4일 동안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절을 하면서 고생했던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선점=교육전문가들은 예절교육을 가정에만 맡길 게 아니라 이제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생활예절에 관심을 갖고 교과과정뿐만 아니라 특별활동을 통해 이론적인 설명보다 실습위주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절교육의 기본정신은 전통예절에 두어야 하겠지만 이를 너무 강조할 경우 학생들이 자칫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현재의 시대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있다.
정세구 서울대교수는 『예절 하면 전통예절을 떠올리기 쉽고 일선학교의 예절교육도 전통예절 중심으로 돼있는 것은 최근의 사회현상이 도덕·윤리의 위기감이 팽배한 탓에 윤리적 회복을 지나치게 강조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미래의 우리사회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는 전통예절만을 가르치는 것보다 이를 현재에 재조명, 현실에 맞게 개인은 물론 이웃간·가족간·학교생활에 필요한 생활예절을 재구성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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