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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부문 종사자들에 운동전개(요즘 북한에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동영웅 정춘실」따라 배우자”/생활용품 증산·유통체계 개선/“주민에 질높은 서비스를”독려
북한에서는 작년 11월에 「전국 상업부문 일꾼 경험발표회」를 개최하고 올들어 「정춘실 따라 배우기운동」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각종 상업망이나 편의시설망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에게 자강도 전천군의 상업관리소장인 정춘실여성의 헌신적인 복무정신을 따라 배우게 하자는 운동이다.
80년대에 줄곧 강조해온 「숨은 영웅 따라 배우기 운동」을 상업·서비스 부문에서 새로운 전형을 찾아내 펼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춘실은 중학졸업 후인 58년부터 전천군내 산간마을 상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기 시작,지금은 군상업관리 소장이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다. 두차례나 노동영웅 칭호를 받은 「이중노동 영웅」이기도 하다. 상업부문에서의 그녀의 공로에 대해선 김일성주석도 몇차례 높이 평가해 왔다 한다.
북한은 소련·동구 사회주의의 경험에서 나타난 「부족의 경제」로는 주민들로 하여금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할 수 없다고 보고 최근 생활용품 증산과 상업실태 개선으로 주민생활을 향상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김 주석은 금년 신년사에서 『천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좋은 인민소비품을 더 많이 생산하여 상점들에 가득 채워야 한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었다.
「8·3 인민소비품 증산운동」이나 「경공업 혁명」을 통해 생활용품을 더 많이 공급하는 것 못지않게 강조되는 것이 「봉사혁명」이다. 생활용품을 공급하거나 그밖의 편의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주민들에게 높은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사혁명」과 관련해 전형적인 인물로 부각된 여성이 정춘실이다.
그녀는 국가공급 상품의 공급에 그친 것이 아니라 주민요구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군내의 상품공급 체계를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군내의 상점판매원들이 담당지구의 주민생활을 자기 가정처럼 생각,봉사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전천군 상업관리소는 북한의 계획경제논리에 맞게 상업봉사 사업을 조직화·계획화해 주민생활에 기여했다 한다. 이곳 상점에서는 일찍부터 「우리 가정수첩」이란 것을 만들어 상점에 비치해놓고 가구별로 상품수요와 이에 대한 공급실태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또 상품공급사업 외에도 12정보의 뽕밭을 조성,지난 10년간 50여t의 누에고치를 생산해 경공업 공장에 보내고 그 대가로 고급모직 등 상품을 주민들에게 공급해 왔다고 한다. 그 밖에도 37정보의 옥수수밭,50정보의 가축사육용 목초지를 조성했고 산나물 50여t을 채취해 군내의 주민들에게 공급했다는 것이다.
「정춘실 따라 배우기운동」은 바로 북한 전역의 상업관리소에 이같은 사업방식을 따라 배우도록 하는 운동이다.
북한이 이런 운동을 벌이는 것은 주민생활 향상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상업활동을 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업활동에서 문제는 지역별·계절별·직업별·연령별로 생활용품 수요가 다르다는데 있다.
상품확보와 수송·배정·판매라는 일련의 상품공급 과정에서 어느 한부분에서라도 차질이 생기면 곧바로 주민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 상품공급량이 기본적으로 충분해야겠지만 상업부문이 제역할을 못하면 적체·사장되거나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근로자들에게 제때 물건을 공급할 수 없게 되고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사정과 관련,당이론지 『근로자』작년 12월호는 「상품이 적어도 유통이 개선되면 주민수요를 골고루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주민수요 보장을 위해 상품공급 못지않게 상점들의 주문기능을 중시한다. 상업기관이 「주문제에 의한 상품공급 체계」를 세워 주민수요에 따라 상품을 배정,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각 하부단위에서 주민들의 수요에 맞도록 상품주문서를 작성,상급단위로 올리면 그 양만큼 생산하여 소매망으로 공급되는 방식이 통용된다.
이 방식에서는 상점들을 관리하면서 생산·도매부문의 기업소로부터 상품을 구입해 상점에 공급하는 「소매소」「상업관리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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