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마피아대부 유명 화가로 변신/반 고흐풍 시칠리아 풍경화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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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범죄 배후조종 우려” 반출은 금지
28년동안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한 이탈리아 마피아 대부가 반 고흐풍의 그림을 그리는 유명화가로 변신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화 『대부』로 유명해진 시칠리아섬의 코를레오네 지방출신 마피아 두목 루치아노 리지오(67).
시칠리아섬 북쪽 사르디니아섬,누오로지방의 특급교도소에서 극도의 엄중한 감시속에 살고 있는 그는 10년전부터 자신의 옛기억을 살리거나 친지들이 보내주는 그림엽서를 바탕으로 고향 코를레오네의 한적한 시골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리지오의 변호사 피에로 아루씨는 리지오가 반 고흐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그는 반고흐 그림의 색조가 시칠리아의 풍경을 묘사하기에 아주 적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지오는 4년전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시에서 가진 개인전시회에서 55점에 달하는 전시작품 모두가 2억리라(1억3천만원)에 팔리는 성공을 거둔 뒤부터는 화가로서 상당한 성가를 인정받고 있다.
『꽃이 핀 아먼드 나무숲』『코를레오네의 좁은 길』『조용한 삶』 등 그의 대표작에 대해 전시회를 주관했던 화랑주인 살바토레 마리노씨는 리지오가 뛰어난 솜씨와 예술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리지오는 당시 전시회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수입 전액을 고향에 신장병환자 전문병원을 짓는데 희사했다.
그러나 옛 마피아 두목 리지오의 새로운 삶은 최근 예기치 않은 계기로 좌절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최고법원이 지난달 리지오의 그림을 교도소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금지했다.
리지오가 그림을 통해 부하들에게 어떤 범죄명령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법원결정의 이유. 수사관들은 리지오가 교도소에 있으면서도 아직도 마피아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리지오는 지난 74년 체포될 당시 시칠리아에서 가장 강력 했던 마피아파벌 코를레오네의 대부였다. 그가 교도소에 가게 된 것은 경쟁세력인 코를레오네 파벌의 대부를 살해한 사건 때문이었다.
법원의 그림반출 금지결정에 화가난 리지오는 자신이 충분한 예술적 재능을 가진 화가로서 교도소 밖에서의 삶을 영위할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변호사 아루씨는 리지오가 법원의 결정내용에 대해 심한 좌절과 분노를 표시했다면서 오히려 리지오가 수감생활규제를 완화,교도소 출퇴근 복역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줄 것을 당국에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지오는 교도소 근처의 한 회사로부터 전속화가 및 실내장식가 일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 있으며 전시회를 가진 뒤로는 미국·독일·스페인 등 각국의 화상들로부터 그림을 전속 위탁판매하겠다는 제안도 받고 있다. 그러나 리지오의 그림들은 아직까지 자신의 감방벽에 걸려 있거나 교도소 창고에 보관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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