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한·중국인들이 만든 땅굴/일,지구학습시설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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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즈나미시,시민은 “보존” 반발
【동경=연합】 2차대전중 일본군에 의해 강제 연행된 한국·중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땅굴을 놓고 학습시설로 이용하려는 시당국과 「부당행위에 대한 역사적인 증거물」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간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 주목을 끌고 있다.
문제의 땅굴은 1942년께 일본군이 한국·중국인들을 강제로 연행,일 기후(기부)현 미즈나미(서랑)시에 무기공장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총길이는 무려 7㎞에 이른다.
강제연행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당시 지하 굴착공사에만 동원된 한국인은 약 1천명,중국인은 3백30여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공사중 강제노동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 39명,수명의 한국인 유골이 발견되기도 해 일본군의 잔학상을 여실히 설명해주고 있다.
시당국은 땅굴중 2백50m에 하이비전 시설 등 각종 시설을 설치,학생들에게 지구의 생성과정 등을 보여주는 학습시설 「지구회랑」을 만들어 내년 5월 문을 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땅굴에 대한 강제연행 사실·희생자수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채 시설을 이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계획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1백명의 서명을 첨부해 시당국에 제출했다.그러나 안도 사부로(안등삼랑)미즈나미시장은 『중국인 사망자는 확인됐으나 한국인 사망자는 50년전의 일이어서 조사하려 해도 자료가 없다』며 학습시설 건설강행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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