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채권」웃고 「주식」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채권은 웃고 주식은 운한 주였다. 주식팀 중 공씨는 1주일동안 아예 투자하지 않았고, 정석형씨는 신중한 투자는 좋았으나 잽싸게 팔 시점을 놓쳐 샀을 때보다 오히려 값이 떨어진 주식을 안은 채 시무룩해하고 있는 중이다.
채권 팀인 장·단·신씨 세 사람은 비록 채권 값의 오름세가 약간 무뎌지기는 했지만 거북이 걸음처럼 꾸준치 수익이 쌓이고 있어 이웃인 정석형씨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며 『역시 채권이…』하면서도 『한번 바꿔 타볼까』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28일 한올제약 주식을 주당 1만9백원씩에 샀을 때만 해도 친구들에게 『봐라, 얼마나 잘 샀느냐』 자랑하며 들떠있었다. 그러나 연 이틀동안 한올제약 주가가 급등하자 30일 증권거래소는「단기급등」 을 이유로 한올제약을 감리종목으로 지정, 주가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그는 또 지난 2일 바닥권을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한 배합사료 생산업체 전광산업 주식 4백50주를 1만2천3백원씩에 샀는데, 이 역시 1만3천원 벽을 넘지 못하고 4일엔 하한가를 보이며 매입가보다 1백원이 낮은 1만2천2백원까지 추락했다.
정씨의 사는 시점은 좋았다. 그러나 주가가 최고치라고 판단됐을 때 미련 없이 팔아야 하는데, 그 시점을 놓쳤다.
「만약 한올과 천광 모두 단기고점에 팔았더라면 무려 70만원의 단기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씨는 밥맛이 다 달아나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주식투자는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투자격언을 배운 셈치고 꾹 참기로 했다.
정씨와는 대조적으로 첫 주에 우승컵을 안았던 공씨는 이번 주에는 아예 팔장을 낀 채 주식시장을 지켜보기만 했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을 실천한 셈이다. 실제로 그는 주가가 한때 「6공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난조를 보였던 지난 한 주를 무사히 넘겨 한푼도 손해를 보지 않은 채 첫 주의 수익 68만원을 그대로 지켰다. 한편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 같던 채권시장은 지난 주 후반부터 약세로 반전돼 채권 팀을 긴장시켰다. 장기채·단기채씨 는 계속 채권을 갖고 있을 것이냐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 지금 팔면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 좀 더 갖고 있기고 마음을 굳혔다.
다음주엔 주식시장이 과연 바닥을 벗어날 것인지, 이에 따라 정석형씨의 이익보기가 가능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또 별 차이가 없는 장·단·신씨의 순위다툼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보자. <자료제공=동서증권><정리=양재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