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들인 부품국산화/일 저가공세에 “휘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동성반도체 부도계기로 업계 피해호소 잇따라/전자산업 수입의존도 57%/보복두려워 덤핑제소 못해
힘들여 부품국산화를 시켜 놓으면 일본 업체들이 갑자기 저가격공세에 나서는 바람에 고통을 겪는다고 국내 업체들이 호소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의 자립을 위한 핵심부품개발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으나 일본에 의존해온 부품을 애써 개발하자마자 일본의 덤핑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부도가 난 동성반도체는 고압다이오드의 국산개발에 성공한 이후 일본 업체들이 수출용 다이오드를 개당 15센트에서 11센트로 수출가격을 26%나 인하,미처 품질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산과의 가격경쟁에 밀리는 바람에 부도를 냈다.
팩시밀리와 복사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정전기제거 브러시의 국산화에 성공한 창성기업도 개당 5천원씩에 수출해온 일본 업체들이 국산화 성공이후 수출가격을 개당 3백원씩 무려 94%나 내리는 바람에 기술개발비를 얹어 개당 4백원씩에 파는 창성기업측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업자들이 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국산화에 나서지만 초기단계에서 일본이 저가공세로 나올 경우 개발비부담이 큰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수요자들도 개발초기의 품질 불안정 등을 내세워 새로 개발된 국산부품보다 가격이 인하된 일본산 수입품을 주로 구매해 피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내 업계의 피해사례 16건을 모아 최근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일본측으로부터 아무런 시정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국내업체들의 일본 저가공세에 대한 덤핑제소도 힘든 상황이다.
국내산업의 대일의존도가 심각해 현재 국내 전자산업의 부품 자급비율은 67.4%에 그치고 있고 수입부품중 대일 수입의존도가 57.3%에 이르고 있어 자칫 일본을 잘못 건드릴 경우 또다른 보복이 우려돼 국내 업체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