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후의 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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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진국들이 지구의 환경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72년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가 출간되고 나서부터다.
이 보고서는 인류가 지금처럼 성장과 소비를 계속하면 지구는 1백년안에 대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로마클럽의 회장이었던 아우렐리오 페체이박사가 길고 긴 지구의 역사를 1주일간의 연대기로 비유한 글이 있다.
약 60억년전에 형성된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약 30억년전이다. 만약 지구가 월요일의 최초 1분동안 탄생했다고 가정하면 생명은 목요일 아침 일찍 태동,끊임없이 수십억의 종과 변종으로 번식하고 진화했다. 포유동물이 출현한 것은 2억년전,토요일이 저물어갈 무렵이다.
그리고 유인원이 등장한 것은 약 1천만년전으로 토요일 오후 11시45분쯤인데 자정을 알리기 직전인 이 최후의 시간에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연이 낳은 최후의 중요한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의 도처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1백만년전의 일이다.
그런데 「인간의 시대」가 시작된 일요일은 다른 요일들과 현격하게 달라졌다. 그를 낳게한 자연과 또다른 생물과의 투쟁으로 날이 밝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지구를 마치 자신들만의 거주지인양 개조하려 했던 그들의 무한한 욕심은 이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날 심각한 환경파괴가 그것을 말해준다. 인간이 자연과 다시 화해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회복하지 못하는한 인간의 시대인 일요일은 결코 길지 못할 것이다.
바로 이같은 인류의 「최후의 날」을 피하자는 모임이 지난 2일 브라질에서 막을 올렸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25%가 살고 있는 북부지역(주로 선진국)이 에너지의 70%,광물의 75%,산림자원의 85%를 소비하고 있다는 개발도상국의 거센 반발이 심상치 않다. 오죽하면 부시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더러운 아저씨」(Uncle Filthy)라고 불렀겠는가.
인간과 자연과의 화해에 앞서 우선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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