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12명의 신선한 다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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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에서 모처럼 의미있고 신선한 새로운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새정치,깨끗한 정치의 실천을 다짐한 민주당 초선의원 12명의 선언은 이 시절 국민이 갈망하는 정치의 변화욕구에 부응하는 가장 새 정치다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들 12명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매우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낭비적이고 과다한 정치비용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정치구조를 왜곡시키고 정치불신을 심화시킨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들은 비리성 자금의 배제와 정치비용의 공개를 약속했으며,화환안보내기·고급승용차 안타기 등을 다짐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우리 정치가 앓고 있는 고질의 근본원인의 하나가 「돈」문제다. 정계의 뒷면이 항상 컴컴하고 냄새가 나는 것은 돈 때문이며,정치인이 불신받고 국민앞에서 도덕적으로 주눅드는 큰 까닭이 돈에 있다.
그럼에도 정계의 어느 누구도 정치와 돈의 검은 유착의 고리를 끊어보려는 시도를 못한 것은 돈없이는 정치도,선거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초선의원 12명이 이 고리를 끊자고 나선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고,우리 정치의 한단계 발전을 시험하는 귀중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화환안보내기,고급승용차 안타기,회기중 주례안서기 같은 일은 어찌보면 대단찮은 일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이런 그들의 약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실천의지를 오히려 느낄 수 있다. 청렴이니,품위유지니 하며 말은 그럴듯 하게 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없었던 과거 정화운동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들이 과거의 일과성 정화운동과는 달리 자기들의 약속을 얼마나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는지 주시코자 하며,모처럼 태동된 정계의 자정노력이 성공적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다른 국회의원,특히 정치자금을 주무르는 보스급,간부급 정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견제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로서는 이런 좋은 운동이 왜 초선야당의원 12명에 의해서만 일어나고 여당이나 다선의원 사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지 유감스럽다.
이들이 제기한 화환안보내기 등의 실천사항은 웬만하면 동참해 볼만하지 않겠는가. 여야,초선­다선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한 참여가 이뤄지고 큰 개혁의 물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게 우리의 바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운동이 성공하자면 유권자의 협조와 이해가 필수적이다. 화환을 안보내고 주례를 안 서준다고 등을 돌리거나 표를 안준다면 우리 정치의 발전은 무망하다. 나쁜 정치의 피해를 더이상 안받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성원과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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