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사찰에 미국입장 강경/정부 「협상수위」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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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군사기지 대상제외 미 반대/정부내서도 강온전략 갈등/9일 하와이 안보협의회서 최종 절충
남북핵협상과 관련,미국의 입장이 강경화되고 한미간 및 한국 정부내의 의견이 갈려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사찰대상으로 삼고자하는 것이 미군기지인만큼 미국측의 강경입장은 한국정부의 협상대책을 상당히 구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곧 관계부처간 의견을 조정한뒤 국제원자력기구의 임시사찰결과가 나오는 오는 9∼10일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 안보정책검토소위(PRS)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이견을 조정,최종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남북한은 지난 연말 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한 이후 이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규정문제를 협의해왔으나 북한의 군사기지를 사찰대상으로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협상의 진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선택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군사기지를 사찰대상에서 제외 또는 축소조정하거나 사찰방법의 변경 등을 검토했으나,미국의 강력한 반대와 정부내 강경파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13일 방한한 캔터 미 국무차관은 『북한의 군사시설이 제외되면 미군기지도 보여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3일 이한한 레먼 미 군축처장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군사시설을 사찰대상으로 하고,특별사찰제도를 포함하는 효과적인 사찰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은 지난해에는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정도였으나 재처리시설포기·상호사찰실시를 거쳐 이제 군사시설 공개·특별사찰실시를 요구하고,미사일·화학무기에 대한 요구도 준비하고 있다』며 『군축의 마지막 단계에나 이뤄지는 군사시설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군사력의 무력화를 요구하는 것과 같아 북한 군부가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미국은 「채찍과 당근」 정책에서 「채찍」만 강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러나 일본은 국제의무인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외에 상호사찰도 요구하고 있긴 하나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는 하지 않고 있으며,유럽의 경우 IAEA사찰 등 국제의무를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많아 북한에 대해 국제압력을 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고위당국자는 군사기지 문제와 관련한 어려움을 지적하며,『유럽의 경우 군사참관단 형식으로 군사기지 사찰을 대신해왔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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