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료봉사상」수상자 충남서산보건소장 장일영씨|장애딛고 벽지 인술심기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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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0여년간 의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농어촌·도서벽지를 누비며 인술을 펴온 초노의 한 여의사가 조그마한 상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의사회 주최 제2회 여의대상 「길의료봉사상」의사부문 수상자 장일영씨(57·충남서산군 보건소장). 그의 수상은 단지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무의촌 의료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 스스로 의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심한 신체장애자였다는 점에서 한결 가슴 뭉클한 것이었다.
『신체장애를 별 의식않고 살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인생을 차차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요즘은 오히려 의식이 됩니다.』
모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낸 아버지 장인갑씨와 문필활동을 하던 어머니 유순덕씨의 2남2녀중 장녀로 태어난 장소장은 어릴때부터 총명함과 활달함이 유달랐다. 그러나 국교 3학년때 심한 척추질환을 앓으면서 그는 평생 굽은 등을 펴지 못하고 곱추로 살아야했다. 『오늘날의 제가 있기까지는 스승의 힘이 큽니다. 고교 담임선생님은 의대 진학을 강력히 권하셨고 전 이대총장 김활난박사는 이대의대 입학을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김박사의 격려가 평생 큰힘이 됐다는 장소장은 64년 수련의과정을 마친뒤 곧바로 충남청양군운곡면 보건지소장으로 부임, 인술을 펴기 시작했다.
『국제보건기구가 주는 장학금을 받은 탓에 시골에서 의무적으로 의료활동을 해야했습니다. 처음엔 평생을 시골에서 보내리라곤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러나 죽을병이 걸려도 의사에게 진찰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강한 충격을 받은 장소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청양군·서산군 일대를 누볐다. 하루 8시간 근무는 물론, 50∼60군데의 유·무인도를 돌때는 며칠씩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의 철두철미하고 헌신적인 활동은 지난 74년부터 근무해온 서산군내에서 10년간 단한건의 전염병도 발생하지 않는 실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86년 작고한 어머니가 『우리집안에 장사났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쉼없는 삶을 살아온 그는 지난 80년에는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과에 입학, 새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결혼을 못한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로 쾌활한 성격과 부지런함을 유지하고있는 것은 어머니의 힘이라고 말하는 그는 지난 86년 이대 1백주년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박성구신부가 장애인 복지사업을 해온 공로로 길의료봉사상 비의사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문경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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