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 탐 나서 … 언론재벌 머독, 다우존스 인수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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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1일 머독이 다우존스사를 주당 60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긴급 뉴스로 떠 있다.[뉴욕 AP=연합뉴스]

호주 출신의 세계적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76.사진)이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그 모기업인 다우존스사 인수에 나섰다. 그가 제시한 인수 금액은 주당 60달러, 총 50억 달러(약 4조7000억원)로 1일 밝혀졌다. 전날 다우존스 주가 36.33달러보다 무려 65%나 높은 가격이다.

머독은 이미 미국에서 뉴스 전문 채널인 폭스뉴스와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 포스트, 그리고 유력 영화사인 20세기폭스사를 소유하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을 모함(母艦)으로 삼고 있는 그가 WSJ마저 인수할 경우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계는 "머독의 인수 제의는 마치 강력한 폭탄처럼 증권가와 미디어 업계를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 왜 WSJ 인수 나섰나=글로벌 언론시장을 향한 그의 야심은 끝이 없다. 언론들은 그가 올 가을부터 미국에서 경제전문 TV 채널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경제신문으로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WSJ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독은 이미 몇 차례 WSJ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뉴욕에서 "WSJ의 명성은 뉴욕 타임스와 맞승부를 펼쳐도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독은 현재 영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소유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CNN을 누를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인쇄매체는 거느리지 못했다. WSJ를 인수해 이런 '허전함'을 메우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고민하는 다우존스=다우존스사의 최대 주주인 밴크로프트 가문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의 실제 지분은 24.7%이지만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64%에 달한다. 밴크로프트 가문은 일단 공식 성명을 통해 "머독의 제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인수 가격이 파격적이라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선 "밴크로프트 가문이 인수 제의를 받은 것이 2주 전인데, 이제야 발표하는 걸 보면 그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영업 부진을 겪고 있는 다른 언론사와 달리 WSJ의 최근 경영 실적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7억8000만 달러의 매출과 3억86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유권하 기자

◆ 루퍼트 머독=호주 멜버른 태생의 언론 재벌로 복합미디어 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을 맡고 있다. 호주.영국.미국.홍콩 등 50여 개국에서 위성방송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거느리고 있다.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사를 불려 왔다. 국제적 명성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체들은 스캔들.폭력 등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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