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잔치 「신촌축제」(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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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형 애드벌룬이 하늘을 날고 청사초롱 5천여개가 거리를 밝힌다고 건전한 지역문화가 정착됩니까.』
신촌일대 상가번영회 주최로 23일 시작된 제1회 「신촌문화축제」 마지막날인 30일 밤.
최루가스로 얼룩져온 신촌거리를 참된 문화공간으로 바꾼다는 취지아래 열린 신촌축제가 허물만 화려한 반쪽잔치로 끝나가고 있었다.
대학이 밀집된 지역특성상 축제의 한쪽부분을 담당해야할 신촌지역 대학생들이 행사내용 등에 반발,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축하 퍼레이드에서의 요란한 밴드소리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23일 선발된 미스신촌의 미소와 손짓에도 학생들은 「소 닭보듯」냉담했다.
이대입구에서 열린 거리패션쇼는 모델들의 화려한 율동에도 불구,행인들과 일부 상인들의 호기심섞인 시선만을 끌 뿐이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던 축하공연도 일반학생들의 참여없이 소수의 주민들과 지역상인들만 모인 가운데 연예인과 풍물제 공연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당초 추진위측의 출연섭외에 응했던 7∼8개의 대학동아리들과 보컬그룹마저도 절반가량이 학생들의 비판적인 시각때문인지 참여약속을 취소했다.
행사비용만으로 상인들이 1억5천여만이나 쏟아부은 신촌축제는 누가봐도 「잦은 시위로 학생·주민간에 응어리졌던 감정을 풀어버리는 화합의 한마당」은 되지 못했다.
『건전한 지역문화의 정착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록카페나 노래방 등이 퇴폐·향락업소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이대총학생회 박지영문화부장(22·과학교육4)은 『신촌축제가 학생·주민·상인들의 공동체문화 형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상권형성을 위한 상인들만의 잔치』라고 비난했다.
추진위측은 『처음 시작하는 행사인만큼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예상했던 것』이라면서도 학생들의 심한 반발에 다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학생들이 지역문화 발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서요왕 서강대 부총학생장(26·화학4)의 말처럼 지역문화에 대한 대학생들의 자성을 이끌어낸 것이 반쪽으로 끝난 신촌축제의 성과라면 성과였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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