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의 정치개혁 '마니뿔리떼(Manipulite: 깨끗한 손)'

중앙일보

입력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대선자금 관련하여 정치개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소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이탈리아의 '마니뿔리떼'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는데요.

이탈리아의 정치개혁 사건이었던 '마니뿔리떼'에 대해서 알려드립니다.

▶▶▶마니뿔리떼(Manipulite: 깨끗한 손)

1993년 겨울, 밀라노의 일간지 Il Giornale(일 조르날레)지에서는 밀라노 시에 있는 한 시립양로원의 원장이 청소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는 짤막한 기사를 실었다.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시 공무원과 업자 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 조그만 사건이 그로부터 일 년이 채 못되어 1948년 이래, 45년 간 정권을 계속 장악해 오던 그 막강한 제 1 공화국의 깃발을 내리는 사건으로까지 발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밀라노 지방검찰청 소속의 평범했던 한 무명검사인 안또니오 디삐에뜨로(Antonio Di Pietro)가 지휘했던 양로원 부정사건은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정부요직 인사들이 개입되는 등 단순한 부정사건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밀라노 검찰은 안또니오 디 삐에뜨로 검사를 중심으로 사정검사 팀을 임시로 조직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명칭도 이 때 마니뿔리떼(Manipulite:깨끗한 손)라고 부르기 시작 했다.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적지않은 공기업 회장들과 유명 재벌 총수들이 당시 집권당내에서 제 1 당인 기민당과 함께 양 대 세력을 이루고 있던 사회당 핵심지도부와 현직 장관들과의 어마어마한 정경유착형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있음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이탈리아의 주요 신문들에서는 연 일 마니뿔리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크게 내었으며 수사가 진전될수록 집권당은 더욱 곤경에 처했다. 사정검사 팀에 대한 로마 중앙정부의 압력이 계속되었으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은 사정 팀은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사결과 대부분의 공기업들과 대재벌들에서 정부 발주의 큰 공사들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여당권에 정기적으로 상납해 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회당 당수이며 전 총리까지 지낸바 있었던 베띠노 크락시(BetinoCraxi)를 비롯해 현직 장관들이 검찰수사 명단에 오르고 급기야는 이탈리아 국민들로부터 부정부패의 원흉으로 낙인 찍힌 크락시 전총리는 구속 하루 전 튜니지아로 야밤도주를 하고 도주지에서 체류국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연립내각 정부에서 제 2 당이었던 사회당은 하루아침에 주인 잃은 돗단배 신세가 되었고 결국 당 자체가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

사회당의 공중분해는 오랫동안 사회당을 반려자로 정권을 주도해 오던 기민당에도 즉시 영향을 끼쳤고 결국 분당의 운명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실시된 총선에서 제 1 공화국의 주역들은 모두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했고 일개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948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마니뿔리떼는 지금도 밀라노 검찰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안또니오 디 삐에뜨로가 검사직을 사직하고 상원의원 신분으로 정계에 뛰어 들면서 이제 색갈이 많이 바랬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 무명검사의 소신있는 행위가 결국 막강한 정부여당의 좌초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마니뿔리떼는 오랫동안 이탈리아 국민들 머리속에 기억될 것이다.

출처 : 이대성의 꼴로쎄움 (http://www.iterisosik.com/)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탈리아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깨끗한 정치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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