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2동 이사상 사무장의 하루|동민 애환 다독이며 24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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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독산2동 동사무소 사무장 이홍상씨(37)는 매일아침 7시30분이면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 있는 16평 짜리 아파트를 나선다.
버스를 타고 동사무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8시20∼30분쯤.
우선 당직일지를 훑어보고 숙직자로부터 지난밤에 별다른 사고가 없었는지 보고를 받은 후 동사무소 안팎을 한바퀴 돌며 청소상태를 점검, 주민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오전9시쯤이면 주임 3명과 동장실로 올라가 업무보고를 한다.
이 자리에서는 그 날의 주요행사·추진사항· 주요업무점검 등이 시달된다.
구청의 24개 과와 78개 계에서 오전10시와 오후2시 하루 두 차례씩 송달되는 공문을 분류하고 직원들에게 그날그날 해야할 일을 지시하는 일은 이사무장의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
30여분간의 회의를 마치면 각종 증명서발급·과태금부과·민원고발 결재 등 일상업무가 시작된다.
결재도중 틈이 나면 조간신문의 사회면과 수도권면·독자투고란을 꼼꼼히 읽는다.
간혹 주민 여러 명이 몰려와 무작정 「동장면담」을 요구할 때 이들의 대표와 만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점심식사는 주로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한다.
구내식당 점심은 식사료가 매달 3만원이어서 큰 부담이 없는 데다 부하직원들과 사적인 얘기도 나눌 수 있어 화합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좋다.
오후의 주요 일과는 관내순찰·지도단속.
약 한시간에 걸쳐 보도블록이 파손된 곳은 없는지 불법광고물이 붙어있지는 않은지 체크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불편사항 등을 듣는다. 오후3시쯤 동사무소로 돌아와 새로 도착한 공문을 분류해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행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점검해야 한다.
정상 퇴근시간은 오후7시쯤.
하지만 바로 집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주로 퇴근 후에 열리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새마을·민방위협의회 등 관내 단체장과의 회의에도 얼굴을 내밀어 동에서 추진하는 업무를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보호·산불예방·거리질서·행락질서·조기청소 등 한 달에 십여 차례에 이르는 각종 캠페인과 행사에 인원동원실적이 나쁘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각통·반장집을 돌며 「인원동원협조」를 부탁하는 일도 주로 퇴근 후에 한다.
또 동사무소 직원 34명중 15명이 3년이 안된 젊은 사람들이어서 「세대차」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적인 술자리를 만들어 이들의 이야기도 경청해야 한다.
이 사무장은『일년내내 안팎으로 밀어닥치는 온갖 행정업무에 시달리지만 「소시민과 애환을 함께 하며 사는 공복」이라는 자부심으로 하루를 산다』고 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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