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 가격제」철폐 큰 호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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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미술사상 처음으로 「호당 가격제」를 거부하고 나선 전시회(중앙일보 5월13일자 보도·일부지방 14일자)가 젊은 화가 및 미술애호가들의 호응과 판매호조로 성공을 거둬 호당 가격제 철폐에 밝은 전망을 던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4개 도시 5개 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이인수씨(38) 초대전은 작품크기에 비례해 작품가격을 정하는 이른바 호당 가격제를 거부하고 출품작 1백20여 점을 크기에 관계없이 「작품성」에 따라 각각 작품 값을 매겼다.
이에 따라 1백호 크기의 작품 값이 6백만원짜리가 여러점 나온 반면 40호 크기의 작품이 7백만 원을 호가하는 등 기존의 화랑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가격체계를 보였다.
○…이 전시회가 열리자 화랑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잘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우리 미술계의 고질병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젊은 작가들도 『용기를 내어 큰일하고 있다』며 화가 이씨를 격려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최근의 극심한 화랑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27일 현재 출품작의 절반이상이 팔려나가는 등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있다.
특히 고객들은 크고 값싼 작품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값이 높은 작품을 선호, 화가 이씨가 「수작」이라고 선정한 작품이 전시 초기에 모두 팔려나갔다.
○…이 전시회 소식이 처음 알려지자 화랑가를 주도해온 일부 일급화랑들과 소위 인기화가들은 『과연 잘 되어 나갈 수 있을까. 한 신진화가의 「만용」으로 오랜 관례가 깨질 수 있겠는가』고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호당 가격제가 무너질 경우 이 제도에 따라 오랫동안 작품을 팔아온 화랑·화가들이 큰 타격을 입게되기 때문이다.
또 작품수준은 별로 상관치 않고 큰 작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작품을 도로 내놓게 될 공산이 크며 일부 인기화가들도 앞으로 밀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크기에 비례해 팔 수 없게되기 때문이다.
○…화가 이씨는 주변의 일부화가들로부터 『「세일 작가」가 되려하느냐는 등의 비난을 상당히 받아왔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나부터라도 극복해야될 제도이며, 다만 이번 전시회의 성공이 작가로서의 새로움 추구에 장애가 될까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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