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동물(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몇달전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동물보호협회(IFAW)는 「한국인 가운데 최소한 4분의 1이 개고기를 먹어 본 경험이 있고,40만명 이상이 고양이 고기를 먹어봤다」는 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동물학대의 차원에서 한국과 한국인을 비난했다. 개고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인 1백명중 한사람이 고양이 고기를 먹었다는 주장은 우리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작년 9월 식품관계 한 잡지가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42%가 이른바 정력강장 식품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역시 보신탕이 으뜸이었고 그 다음이 뱀·개소주·녹용 등의 순서였다. 비율은 별로 보잘 것 없지만 곰쓸개·토룡탕(지렁이)·개구리·오리·거북이·굼벵이 따위를 먹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양이는 물론 들어있지 않았지만 한때는 말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꽤 여러가지 종류의 동물들이 인간의 강장 강정을 위해 「희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과 몇달 전의 조사인데도 흑염소가 빠져있는 것이 다소 의외다. 보신탕으로 불리는 개고기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다소 주춤하면서 새삼스럽게 각광받은 식품이 흑염소 고기였다. 지금은 흑염소 취급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염소,그중에서도 흑염소가 사람의 몸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었다. 흑염소의 모든 부위를 대추·마늘·밤·생강 등과 함께 24시간 증탕해 그 진액을 마시면 모든 병후에 보신보양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7일 농림수산부가 발표한 91년말 현재 가축통계에 따르면 가장 크게 늘어난 동물이 흑염소로 90년에 비해 무려 64%나 많아졌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오리·메추리·사슴 등 역시 강장 강정 식품으로 쓰이는 동물들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이같은 증가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건강을 위해 강정 강장 식품을 먹는 것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이들의 효능이 과학적으로,의학적으로 더욱 확실하게 구명돼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고 멋대로 가공해 턱없이 값을 올려받는 일부 업자들의 상혼도 경계되어야 한다.<정규웅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