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숙 코트복귀에 자격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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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 아시아 여자농구의 스타 박찬숙(33·1m인91㎝)의 국내경기 출전여부를 놓고 농구계의 찬 반론이 엇갈려 결과가 주목.
지난해 임영보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 80년대 초 36연승의 신화를 재건하려는 태평양화학은 현재의 멤버구성으로는 중위권 진출도 어렵다는 판단아래 지난3월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때 통역요원으로 내한한 박씨를 전격적으로 스카우트, 지난달부터 코치 겸 선수로 훈련해 온 것.
그러나 태평양화학이 속해 있는 실업연맹뿐 아니라 농구협회 측에서도 박씨가 86년 대만실업팀으로 이적하기 직전 소속팀의 샴푸 등에 광고모델로 활약했던 점을 중시, 아마추어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는 주장을 펴며 박의 코트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것.
농구협회는 『아마추어선수가 CF에 나갈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말하고 최근 기아자동차등이 소속선수인 허재 등을 자사광고모델로 활용키 위해 가능성여부를 타진했으나 협회는 물론 체육회에서도 반대했음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태평양화학과 체육회의 주장은 다르다. 체육회의 이종택 사무총장은 『현재 국제적으로도 아마·프로간 구분이 희박해지는 게 일반적 추세』라고 전제하고 『개인적으로는 박이 과거 국가에 기여한 바를 참작해서라도 다시 코트에 설 기회를 주는게 도리』라는 동정론을 펴면서도 농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자세. 또 태평양화학의 임영보 감독은 『모델을 하고도 올림픽까지 뛴 선수를 막으려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
한편 농구계에서는 실업팀을 주축으로 한 대부분의 일선 감독들이 박을 외면하려는 진짜이유는 박찬숙이 최근 실업강호들과의 연습경기에서 30점 이상을 득점하는 등 당초 생각과는 달리 기량과 체력이 조금도 녹슬지 않아 농구코트에서 태평양돌풍이 다시 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견제심리가 발동한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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