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꾸러기] "어휘력 쑥쑥 크는 딸 보면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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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안정환(31.수원 삼성블루윙스)씨 부부는 독서 육아 예찬론자다. 아내 이혜원(28)씨는 태교를 그림책으로 했다. 부부가 돌아가며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3년. 세 돌 생일을 코앞에 둔 리원이는 이제 먼저 책을 뽑아와 "읽어주세요"를 연발하는 '책꾸러기'로 컸다. "또래보다 말도 빠르고요, 집중력도 뛰어나요." 이들이 중앙일보.동원그룹 주최 '책꾸러기'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선뜻 나서게 된 이유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서 안 선수 가족을 만났다. 원정경기에, 전지훈련에, 프로축구 선수가 얼마나 바쁠까. '반쪽아빠 노릇이라도 해줄 수 있을까'란 지레짐작은 빗나갔다.

"책 읽어줄 시간 많아요." 말수 적은 안 선수가 자신있게 말했다. 인터뷰 자리엔 동화구연가 임현진(49)씨가 함께했다. 책 읽어 주는 비법을 전수해줄 요량이었다. 안 선수 부부가 리원이에게 책 읽어 주는 모습을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이씨가 뽑아온 다섯 권의 책 중 리원이가 직접 고른 책은 '안 돼요 안 돼 좋아요 좋아'(삼성출판사)였다.

"막대 사탕을 매일매일 열 개씩 먹어요. 안 돼요 안 돼…장난감이 마음에 들면 사줄 때까지 엉엉 울어요. 안 돼요 안 돼…."

엄마.아빠가 "안 돼요 안 돼"를 읽을 때면 리원이는 손가락을 가로저으며 "안 돼요 안 돼"를 따라했다. 옆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리원이는 책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안 선수 부부는 전문가인 임씨에게서 "참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임씨는 안 선수 부부가 ▶아이에게 책 선택권을 준 점 ▶책 읽는 짬짬이 "리원이는 어떻게 해?"라고 물으며 대화를 주고받은 점 ▶중간 중간 아이와 눈을 마주친 점 등을 높이 샀다. 다만 "밋밋하게 글자만 읽지 말고 감정을 담아 생생하게 읽어주라"고 조언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읽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라며 말끝을 흐리던 이씨는 "책을 읽히니까 뭐가 좋았냐"는 질문에 금세 생기를 찾았다.

"어휘가 쑥쑥 늘어요. 리원이가 두 돌도 안 됐을 때였는데 어느날 '아이, 속상해'란 말을 하더라고요. 책에서 본 말이죠. 책의 표현을 머릿속에 넣어뒀다 적당한 상황에 써먹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이씨는 리원이와 자주 서점을 찾는다. 지난주에도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서 숫자 스티커책과 어린이 요리놀이책을 사 왔다. 책을 고르는 건 늘 리원이 몫이다.

"리원이는 책 읽어 주는 걸 참 좋아해요. 모르는 사람이 집에 놀러왔을 때 책을 갖고 와 '읽어 달라'고 하면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에요." 도리어 엄마.아빠가 피곤하고 바빠 리원이의 책 읽어 달라는 요구를 못 들어줄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럴 때는 책에 끼여 있는 CD나 테이프를 틀어줄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을까. 이에 대해 임씨는 "괜찮다"며 초보 엄마.아빠를 안심시켰다. "가끔 전문가의 표준어 발음을 들려주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에도 쉴 새 없이 책을 뒤적이는 리원이. 귓속말로 "조금 있다 읽어 줄게"라며 속삭이던 안 선수는 "아이와 같이 읽어 보니까 내가 봐도 그림책이 참 재미있더라"고 털어놓는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안 선수는 "부모와 아이가 같이 책을 읽으면 아이한테도 좋고 부모한테도 좋고, 그게 바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지름길이 아니겠느냐"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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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지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jyle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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