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온다" 여행업계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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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롯데그룹이 여행업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여행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이 있는 롯데가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춘 해외 업체와 제휴해 여행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여행 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닷컴은 최근 세계 4위의 일본 여행사 JTB와 손잡고 롯데제이티비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 등 관련 업체들은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여는 등 비상에 걸렸다. 실제 롯데의 여행업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행업종의 주가가 한때 약세를 보이는 등 파장이 일었다.

현재 국내 여행산업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롯데관광개발과 자유투어 등이 가세해 이들 4개 업체가 80% 정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1만여 개의 중소 여행 업체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뛰어들어 물량 공세로 나온다면 여행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 브랜드를 같이 쓰고 있는 롯데관광개발도 입지 축소를 걱정하고 있다. 롯데관광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씨의 남편 김기병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롯데와는 지분 관계가 없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호텔 및 유통 부문을 맡았고, 롯데관광은 여행업을 분담했는데 롯데그룹이 여행업에 직접 나섬에 따라 이 구도가 흔들리게 된 것.

한편 롯데의 여행업 진출로 삼성그룹의 여행업 진출시기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3월 사업목적에 여행과 운송 관련 서비스를 추가한 바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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