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단계 거친 뒤 규제 과감히 철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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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25면

영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없애거나 완화하고 있다.

영국ㆍ프랑스ㆍ일본의 수도권 정책

대표적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도권정비법과 비슷한 내용의 규제법이 있었지만 고이즈미 정부 때인 2002년 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영국의 대런던계획을 본떠 1956년 수도권을 ▶기성시가지 ▶근교지대(그린벨트) ▶시가지개발구역 등 3개 지역으로 나누는 수도권정비법을 제정했다. 이어 1959년 ‘수도권 기성시가지 공업제한 등에 관한 법률’(공업제한 등 법률)을 제정해 기성시가지 중 도쿄도 특별구, 무사시노시ㆍ미타가시에 속하는 구역을 공업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공장ㆍ대학의 신ㆍ증설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수도권정비법과 유사했으나 규제지역을 도쿄 중심부로 한정한 것에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며 1972년 ‘공업재배치촉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대도시 주변지역, 공업집중지역, 수도권 구시가지 등을 이전 촉진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의 기업을 인구가 감소하는 전국 26개 변두리의 ‘유도지역’으로 옮기도록 조세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수도권의 경우에도 외곽의 인구 과소 지역은 유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법은 우리나라의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 법’의 일부와 흡사하다. 일본은 2006년 이 법까지 없앴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수도 기능 이전까지 추진했다. 이전 논의는 1950년대 후반 시작됐다. 1990년 11월 ‘국회 등의 이전에 관한 결의’를 통해 10년 내 인구 10만 명의 ‘국회도시’를 만들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주변에 소도시를 배치해 56만 명의 수도를 건설한다는 시나리오가 확정됐다. 하지만 도쿄도의 계속적인 반대와 경제불황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수도권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 속에 수도 이전은 백지화됐다.

영국은 런던의 팽창과 북부지역의 낙후에 따른 지역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944년 ‘대런던계획’을 시작으로 수도권 규제정책을 펴왔다. 이어 70년대까지 광역그린벨트를 확장해 수도권의 확장을 억눌렀다. 프랑스는 1960년 ‘파리권 종합계획(PADOG)’으로 수도인 파리의 성장을 억제하고 지방 중심도시를 중점 육성했다.

그러나 영국 대처 정권은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는 외환위기로 경제가 침체하자 수도권의 공장 신ㆍ증설을 규제하는 공장건축허가제를 1981년 완전 폐지했다. 프랑스도 런던ㆍ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대도시와 경쟁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대해 균형발전론자들은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여건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선진국의 수도권 규제 폐지는 수십 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분산정책이 성공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궁극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그 시점은 행정도시 건설 등으로 수도권 인구가 안정화 단계에 돌입할 때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도태호 국장은 “우리는 오랜 기간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집중을 막았으나 분산정책을 적극 시행한 적은 없다”며 “행정기관 이전 등 분산정책이 결실을 거두는 2013년 이후 수도권 정책을 계획적 관리체제로 전환하고 규제도 점차 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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