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생포보다 사살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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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다음날인 14일 미 국방부가 '전범 수배자용'으로 만들어 뿌렸던 카드에 '체포'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 모습이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랐다.[AFP=연합]

미국은 겉으론 '이라크 정권교체'를 내세웠지만 실제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생포되기보다 사살되기를 원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체포된 것은 좋지만 그를 재판에 회부하면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 때문에 지난 3월 이라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후세인 사살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미 언론들은 "미국이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나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후세인을 사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특히 정예 델타포스 요원 3백60명이 쿠웨이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북부 등지에 배치됐다"고 보도했었다.

미국이 '후세인 사살'쪽에 무게를 실었던 이유는 그가 살아 있을 경우 전쟁을 승리로 끝내도 일부 아랍국에서 후세인 동정론이 일어날 수 있고, 재판 과정에서도 각종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이란과의 전쟁 당시 미국과는 동맹관계였기 때문에 사살되지 않고 생포돼 공개재판을 받게 될 경우 당시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추악한 관계가 낱낱이 밝혀질 수 있다. 또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확보'에 대한 증거가 과장됐다는 의혹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 명분이 훼손돼 오히려 재판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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