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가 이라크 정보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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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산하의 하퍼 앤드 콜린스사와 출판계약을 하면서 인세로 이미 4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IA 국장이 쓴 첫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자서전 이후 가장 많은 인세를 받은 것이다. 테닛의 책은 '업무상 취득한 기밀은 퇴임 후에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정보요원들의 직업윤리 논쟁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테닛 측은 "기밀로 분류된 것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출판 의도는=테닛은 2002년 12월 21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가 확실한가"라고 묻자 "슬램 덩크(덩크슛처럼 확실하다)"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가 나중에 알려지면서 '슬램 덩크'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보 오류를 상징하는 말이 됐고, 테닛은 그 오류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받게 됐다. 이후 테닛은 "내 발언의 전후 맥락이 무시된 채 보도됐다"며 대화 내용을 흘린 백악관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테닛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 CIA 국장이 됐다. 2001년 취임한 부시 대통령은 그를 3년간 더 기용했다. 2004년 물러난 그는 조지타운대 교수로 일해 오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늪에 빠져 레임덕이 가시화하는 시점에 책을 펴냈다. 그와 같이 일했던 전직 CIA 요원 6명은 이날 테닛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부시 정권의 핵심 인사가 자신을 희생양으로 묘사한 건 뻔뻔스러운 행위며 리더십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고 맹공했다.

◆ 역공 나선 백악관=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달 29일 CNN.ABC.CBS 방송에 잇따라 출연했다. 라이스는 "당시 이라크의 위협은 누군가 내일 당장 쳐들어 올 것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태세를 오늘 강화할 것이냐, 내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사실 관계가 틀린 부분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음모가 있는 책이라고 맞받았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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