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측 "경영 차질 우려, 구속 안됐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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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해 한화그룹이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강정현 기자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폭행 가담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30일 한화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사 건물 현장으로 끌고간 뒤 쇠파이프까지 동원해 피해자들을 때렸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나오자 김 회장의 구속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만 부각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화는 김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법원의 판단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법원의 추세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회장의 경우 신원이 확실한 데다 인신 구속에 따른 그룹 경영 차질 우려도 만만찮아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 회장 신분으로 보복 폭력에 나선 행동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보팀(팀장 장일형) 직원들은 수시로 언론의 보도 동향 및 인터넷에 올라온 네티즌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법무실(실장 채정석)은 검찰 기소 등 남은 절차까지 최소한 두 달 이상 걸리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고, 변호인단 구성과 운용 방향을 챙기고 있다.

김 회장의 경영 공백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화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경영 공백과 비상 경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일단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장교동 본사 사옥은 월요일을 맞아 임직원들의 출근 행렬이 이어졌으나 침울한 표정에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일부 직원은 쉬는 시간 삼삼오오 모여 향후 사태 전개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임원들은 "이번 일과 회사 비즈니스는 별개"라며 차분하게 업무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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