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대화 원활할수록 좋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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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고위관계자와 경제단체 대표들이 최근에 모임을 갖고 그동안 우려할 정도로 경직되었던 상호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와 재계는 경제현안에 대한 정책협의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어 의견교환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와 재계의 이같은 노력은 동서 냉전체제 붕괴이후 새로운 국제경제질서가 형성되고,세계시장에서의 후발 개도국들의 추격 위협 등 여러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특히 정권교대기에 나타나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재계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왔던 비업무용 부동한 매각처분 조치,업종 전문화정책,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환경문제를 둘러싼 규제강화에 이어 최근에는 이른바 신산업정책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마저도 양측의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 따로,재계 따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도 별도로 논의함으로써 고도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각 경제 주체들의 활력을 크게 감퇴시켰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불공정한 성장과 비윤리적인 상행위의 범위를 훨씬 넘어 때로는 가장 일반적인 기업활동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됨으로써 경제 가치관의 혼돈마저 일으킨 적이 없지 않았다.
반면 재계 단체는 증시가 극도로 위축되고 통화긴축에서 빚어지는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마른 수건도 짜나가는 방식으로 경영효율을 높이려 하기 보다 특정분야에 대한 경쟁적인 투자를 계속하면서 우선 돈을 많이 풀라든가 또는 이자를 내려 달라든가 하는 대기업측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2년전에 정부가 취한 「초법적」인 5·8부동산조치로 재계와의 마찰이 사그라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으며,또 일부 기업들은 중소기업의 경영지도를 위한 협의에 들어가는등 공조체제를 갖추어가는 바람직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재계 상호간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협의기구는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사고와 행태를 바탕으로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활성화시킨다는 기본틀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한 기구가 흔히 국민이 우려하는 정경유착적 요소를 내포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같은 문제에 둔감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또다른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공정한 정책 시행자로서 역할을 다짐해야 하고,기업은 고기술과 고기능의 인력을 통해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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