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올림픽 60일 앞둔 태능선수촌 이모저모|메달을 따자 연일 비지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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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바르셀로나올림픽(7월25일∼8월9일), 앞으로 60일. 금메달 12개·종합 10위 내 진입 목표로 3백여 전사들의 눈초리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비장하다.
태릉선수촌. 서울 북동부의 불암산자락 나무 많고 공기 맑은 곳에 자리한 한국엘리트 스포츠의 요람이 올림픽 두 달을 앞두고 폭풍전야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치 결전 전야의 긴장상태라고나 할까.
대표선수들을 음지에서 뒷바라지 하고있는 선수촌 훈련부와 관리부는 행여 부족함이 없을까 밤을 밝혀가며 바르셀로나행을 뒷바라지하고 있고 선수·코칭스태프는 1개의 메달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주말인 23일에도 비지땀을 쏟아내고 있다.

<탈락선수 눈물 퇴촌>
현재 태릉선수촌은 「승자생존」의 냉엄한 인생원리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비정한 현장으로 돌변.
바르셀로나올림픽 예선전이나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보따리를 싸 낙향하는 바람에 평소 4백명에 달하던 식구(선수)들이 15개 종목 2백30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체조선발전은 대표팀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김성집 촌장·선인원 훈련본부장 등 선수촌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여자대표 두 명을 뽑는 자리에 남은 한자리(이희경은 이미 선발)를 놓고 한솥밥을 먹던 7명의 선수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7년간 선수촌 밥을 먹은 간판 박지숙(전북대)이 예상 외로 탈락되자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 것.
박지숙은 휴가 때를 제외한 1년의 대부분을 선수촌에서 생활해 왔는데 선발전 다음날 보따리를 싸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도 집에서 통학하게 돼 왠지 낯선 곳으로 팔려 가는 것만 같아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나더라고.

<핸드볼대표 체력 만점>
선수촌에서 가장 체력훈련이 뛰어난 종목은 남녀핸드볼팀이라고.
선수촌 체력담당 지도위원인 김준성씨에 따르면 핸드볼은 코칭스태프 뿐 아니라 선수들도 앞다퉈 슈퍼서키트 등 체력훈련에 열중, 구기종목임에도 레슬링·유도 등 투기종목을 능가한 체력을 쌓아 바르셀로나 현지에 가서도 체력만은 세계1위임을 확신한다고. 핸드볼은 매주 실시하는 「지옥의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맨 앞줄로 골인, 다른 종목 감독들이 「핸드볼을 본받으라」고 주문할 정도.
한편 각 종목들은 이번 올림픽이 사상 최악의 혹서와 싸우는 「폭염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고 관건인 체력과 정신력 배양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목은 현지에서 실내가 무더울 것에 대비, 에어컨을 끄고 문을 닫은 채 더위 적응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레슬링 등 투기종목은 지난달 군부대에 입소, 강도 높은 유격훈련을 실시했다. 또 정신력이 요체인 양궁·사격·탁구, 그리고 배드민턴 등은 의정부와 망우리 공동묘지를 돌아오는 야간담력훈련을 실시, 선수들이 기절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메달획득을 위해 혼신의 힘을 경주하고 있다.

<「필승결의대회」 열기로>
선수촌은 열흘 후인 6월5일, D-50일을 기점으로 전 체육계 인사가 참가하는 매머드 올림픽 필승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확정.
체육청소년부장관과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인사와 전 올림픽 파견선수들은 올림픽 단체 10위 달성의 결의를 다지게 되며 선수촌측은 공단기금 중 코치진에는 60만원, 선수들에게는 1인당 4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7월 초에는 뽀빠이 패밀리가 주관하는 연예인 위문잔치와 대표선수 노래자랑이 선수촌 선수회관에서 벌어진다.

<체육과학연 2명 파견>
이번 올림픽에는 그동안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음으로 지원해온 체육과학연구원소속 연구원 2명이 처음으로 본부임원으로 현지에 파견된다.
이들의 임무는 육상 중장거리·수영 등 기록종목과 레슬링·유도 등 투기종목 선수들의 체력유지 및 향상제(일종의 경기력 향상 영양제)를 투약하기 위한 것.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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