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BDA 자금 인출에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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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2500만 달러의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러시아 지역 은행까지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 예금 중 일부가 미국 재무부에 의해 불법자금으로 지정돼 있어 외국계 은행들이 BDA로부터 자금이체를 허용할지 여부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북핵 6자회담 의장을 맡고 있는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부장은 30일 북한 측의 제안으로 그간 송금이 지체된 자금을 러시아와 이탈리아 은행의 북한 관련 계좌에 이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중.일우호의원연맹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전 일본 외상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자와 마카오 금융 당국자가 지난 28일 회동한 자리에서 북한 측이 러시아와 이탈리아로 송금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마카오 당국과 BDA가 현재 송금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며칠 내로 해결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BDA의 한 관계자도 30일 "북한은 이달 초 싱가포르와 베트남.몽고 등 3개국 은행에 개설된 계좌를 통해 송금받기를 원했으나 이들 은행 당국자들이 지난 주말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따라 북한은 러시아와 이탈리아 은행은 물론 아랍에미리트 은행에까지 자금이체를 받아 주도록 최근 새롭게 요청했으며 현재 해당 은행당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DA의 가장 큰 거래은행인 중국은행은 북한자금 송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제2 거래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이달 초 BDA와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북한은 베이징 6자회담 2.13 합의에 의거한 핵시설의 가동 중단과 봉인 등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하는 전제조건으로 'BDA 자금의 전액 반환'과 '제3국 금융기관으로 송금'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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