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세단뛰기 「금」 알 조이너 인종차별에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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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로스앤젤레스 AP·로이터=연합】88올림픽 3관왕 플로렌스 그리피스조이너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올림픽 육상금메달리스트 알 조이너(32)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인종적 차별관을 지닌 경찰관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후유증 때문에 92바르셀로나올림픽 미국대표 선발전에 출전치 못할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84년 LA올림픽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흑인 조이너가 당한 기막힌 사연은 LA흑인폭동사건 발생 1주일만인 지난 8일 발생했고 조이너는 이후 악몽에 시달려 체중이 줄고 훈련을 할 수 없어 꿈에 그리던 올림픽출전을 포기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이동생이자 88올림픽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재키 조이너 커시와 아내가 동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이너는 『사건 당일 아내 그리피스조이너의 스포츠카를 몰고 베벌리힐스가를 달리고 있을 때 도난 승용차로 오인한 경찰관들이 차를 세운 뒤 총을 들이대고 나를 차에서 끌어낸 후 수갑을 채워 보도에 꿇어앉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조이너는 도난 차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관들이 풀어 줘 다시 차를 몰고 2블록을 지날 때 이번에는 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운전자로 오인한 무장 경찰관들에게 잡혀 재차 어이없는 곤욕을 치르고 말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때부터 조이너의 악몽은 시작됐는데 조이너는 『올림픽 챔프가 되려는 꿈은 사라졌다』며 『몸무게가 4·5㎏이나 줄어드는 등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이번 올림픽을 포기한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이너는 이어 『총이 보이고 내가 땅바닥에 누워있는 가운데 딸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의 악몽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볼 생각이며 현재로서는 오는 96년 올림픽에나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찰은 조이너를 두 차례 검문한 적은 있으나 일상적인 법 테두리 안에서 행해졌을 뿐 과잉행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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