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두고온 자식 살아있다는데…/호적 정정 위한 방북 첫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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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생사 몰라 77년 사망신고/교포 통해 평양 거주 확인/8순의 아버지/이산가족들 줄이어 신청할듯
북한에 남겨두고 온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호적에서 말소시킨 재북이산가족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말소된 호적을 부활시키기 위해 신청한 북한 주민 접촉신청이 처음으로 승인됐다.
통일원은 23일 생존여부를 몰라 사망신고를 내 호적에서 말소시켰으나 북한에 살아있음을 확인한 아들의 호적 부활소송을 제기하는데 필요한 위임장 및 기타 신분관계 증명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김모씨(82·서울 거주)가 박승옥변호사(32)를 통해 신청한 북한 주민 접촉을 23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사망신고를 마쳤으나 생존이 다시 확인된 재북이산가족들의 호적을 부활시키기 위한 북한주민 접촉신청이 몰릴 것으로 전망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대적인 호적 정정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김씨는 6·25때 북에 남겨두고온 당시 20세 된 맏아들 박모씨(62)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지난 77년 4월 사망신고를 내 호적을 말소시켰으나 최근 해외의 교포를 통해 아들이 평양에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되자 법원에 친생자 관계 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내기 위해 소송에 필요한 아들의 위임장과 필요한 증거자료를 입수할 목적으로 변호사를 통해 통일원에 북한주민 접촉신청서를 냈었다.
박 변호사는 『현재 국내에는 사망신고로 호적이 말소된 재북이산가족의 생존을 확인해 호적을 부활시킨 사례가 없기 때문에 박씨의 호적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이에 따라 북에 살아있는 아들 박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소송을 의뢰받기 위한 위임장이나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보내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 통일원에 북한주민 접촉신청서를 냈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현재 미국과 북한간에는 서신왕래가 이루어지므로 이 방법을 통하면 연락과 의견교환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필요한 서류가 입수되는 대로 국내법의 절차를 밟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평양에 살고있는 김씨의 맏아들이 위임장 및 자료를 보내올 것인지 여부와 김씨의 아들이 서류를 보내올 경우 국내 법원이 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통일원의 한 당국자도 『우리의 현행 헌법이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어 신분관계에 정정이 필요할 경우 북한 주민이라도 위임장을 통해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박씨가 위임장과 제반증거서류 등을 보내고 우리 법원이 이를 인정한다면 이산가족 사이에 대규모 호적 정정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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