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거장들 따르면 저절로 大家 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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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23면

투자가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1990년 말 웰스 파고 은행을 점검하고 있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웰스 파고에 대해 월스트리트 최고의 애널리스트 2명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과연 어느 쪽의 의견이 맞을까?’ 브라운은 고민했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가치투자법

그때 버핏이 이 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브라운은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우리는 일류 애널리스트가 상황을 아주 자세히 살펴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고, 긍정적인 견해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그 애널리스트는 바로 버핏이었다. 그는 자신의 보고서를 들고와 우리에게 말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더 명확하게 행동으로 보여줬다. 5억 달러어치의 웰스 파고 주식을 샀던 것이다.” 이 얘기는 지금도 가치투자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혼자 생각하지 말라’ 는 투자의 정석을 보여준 일화이기 때문이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땐 좋은 스승이 필요하다. 그들을 따르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브라운은 우연히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69년 6월 기차표 값 5달러를 빌리기 위해 아버지가 일하는 ‘트위드, 브라운 & 냅’을 방문했다. 그날 방문은 브라운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그는 아버지의 파트너인 에드 앤더슨으로부터 가치투자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들은 뒤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 사무실엔 투자의 귀재들이 와글와글했다. 한쪽에는 45년간 고객들의 돈을 721배로 불려준 월터 슐로스가 자신의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아버지의 또 다른 파트너인 톰 냅은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회사를 청산하자 트위드 브라운사에 합류했다. 브라운이 일하는 트위드 브라운은 지금은 뮤추얼 펀드지만 원래 이름은 ‘트위디, 브라운 & 레일리’라는 증권 중개회사였다.

이 회사가 취급했던 주식 중 하나가 바로 뉴잉글랜드의 섬유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950년대 말 그레이엄이 사려다 말았던 주식이었다. 나중에 그의 제자였던 버핏이 이 주식을 사들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가를 가진 회사로 만든 것이다.

브라운은 1세대 가치투자의 계보를 잇는 끝자락에 있는 인물이다. 그레이엄이 은퇴한 뒤 그의 제자들 가운데 투자 대가로 성장한 인물들은 모두 어떤 경로로든 브라운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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