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日 곳곳 불협화음 아베 총리 訪美로 걷어내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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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08면

미ㆍ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마찰음이 곳곳에서 새나오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역사인식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례적이다. 일제가 군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지난달 발언이 계기다.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은 그 다음날 일본의 시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류에는 인권을 강조하는 외교 기조와 한ㆍ중-일본 관계 악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흐르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일제히 아베를 비판했다. 급기야 아베는 지난 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미국에선 일본 총리 관저를 민족주의자들의 집합소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한다(마이니치). 미 하원이 군위안부 비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북 관여정책도 미묘한 파장을 몰고 왔다. 아베는 일본 네오콘의 대부 격이다. 총리에 오르는 데 대북 강경 입장이 한몫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 급선회는 아베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비밀 방중(訪中) 쇼크에 견주는 학자도 있다.

각료들도 예전 같지 않다. 아소 외상과 규마 방위상은 지난해 9월 내각 발족 후 한 번도 미국을 찾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은 미국의 이라크전과 점령 정책을 비판했다. 미ㆍ일 동맹 접점 인사들의 ‘노(No)’는 드문 일이다.

아베가 26~27일 미국을 방문한다. 취임 후 처음이다. 이래저래 느슨해진 미ㆍ일 관계를 복원하려는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미ㆍ일 정상회담에선 북핵, 주일미군 재편, 이라크 안정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고이즈미 전 총리 간 찰떡궁합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미ㆍ일 관계는 고이즈미 재임 때의 과열기(過熱期)를 거쳐 당분간 조정 국면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23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방러=게이츠 장관은 동유럽에서의 미국 미사일방어(MD) 계획을 러시아 측과 집중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1월 이란 등의 위협을 들어 체코에 레이더를, 폴란드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러시아는 “이 계획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북한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이 평양 미림비행장에 미사일과 자주포 등을 옮겨놓고 위장막으로 가려놓은 것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군사 퍼레이드 준비작업은 정권 수립 55주년인 2003년 9월 9일 이래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해 시험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공개할지가 최대 주목거리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핵 보유국임을 내외에 알리는 행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비공식 외무장관 회의=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러 결과를 바탕으로 동유럽 MD 문제를 협의할 전망이다. NATO 회원국들은 지난 19일 고위급 회의를 열어 미국의 MD 계획을 원칙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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