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금리정책 「연착륙」 못한다/「무차별 중개」 이틀만에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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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준 과태료」 해외신용 실추/통화관리 강화로 예금 외국은에 옮겨가
당국의 통화·금리정책이 대내외충격이나 영향 등을 폭넓게 고려하지 않은 거친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콜시장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안정기조를 다지기 위한 통화긴축뒤에도 예상치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정부의 콜시장정책은 악수에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콜금리상승을 막는다며 콜거래금리를 지난 4월부터 연 15% 이하로 규제한데 이어 최근 또다시 현실성없는 「무차별 중개제도」 시행을 단자사들에 강요했다. 무차별 중개제도는 결국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을 궁지로 몰아넣은후 시행 이틀만인 20일 철회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무차별 중개제도는 자금을 싸게 빌리겠다는 측에 거래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올 1월 하순 도입됐으나 이같은 거래가 경제논리에 어긋나 그동안 단자사들에 의해 외면당해왔다. 당국은 그러나 최근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자사 콜거래관계자들에 대해 1∼3개월 직무정지 등 징계조치를 내리는 등 강경조치를 취했고 이에 겁먹은 단자사들이 단 이틀간 시행해본 결과 예상대로 부작용이 양산되자 곧바로 철회했던 것.
또 통화정책이 강화돼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지준부족은행에 대한 갑작스런 과태료부과조치는 앞으로 이들 은행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올때 금리상승 등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준부족은 곧 은행의 자금위기로 간주되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통화관리가 강화될수록 국내은행들은 쪼들리는 반면 외국은행들은 더욱 재미를 본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국내외환시장에서 외국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이나 외국은행으로 예금이 이동하는 모습도 그같은 현상의 일부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리에 대한 정부당국의 개입폭은 줄어 들어야 하며,정책줄기가 바뀌기 전에 충분한 예고가 이루어져야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받는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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