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 발표, 부동산시장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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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신사동 10억원대 아파트에 사는 60대 김모(여)씨는 요즘 애가 탄다. 종합부동산세가 무서워 집을 내놨지만 도무지 팔리지 않아서다.

김씨는 "인근 연립주택을 사서 이사를 가려는데 살던 집이 안 팔려 야단났다"며 "빨리 집이 안 팔리면 종부세만 이중으로 물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다급해진 김씨는 얼마 전 시세를 5000만원 낮췄지만 이젠 문의전화조차 끊겼다.

주택 공시가격이 30일 확정 고시되면서 종부세가 집값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도 억제되고 있다.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다. 이 때문에 기존 주택 수요는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주택 구입 수요자는 보유세 부담이 큰 기존 주택보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새 아파트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상당기간 기존 주택시장은 침체하고 분양시장만 북적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부세 회피 매물 급증=중개업소마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 매도를 원하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 급매물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로 재건축의 투자 메리트가 확 줄어든 반면 종부세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집값이 뛸 때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매물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으나 최근엔 20채 정도가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이 갑자기 올라 종부세 부과 대상이 급증한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에도 매물이 늘고 있다.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공 10평대도 대부분 6억원이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되자 집을 팔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자도 매물 증가에 한몫한다. 새 주택을 구입한 뒤 기존 집을 1년 이내에 팔면 양도세는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보유세는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남권과 서울 목동, 분당 신도시 등 비싼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공시가격안이 발표된 지난달 이후 커졌다. 2월 0.34%의 하락세를 보이던 강남구 집값이 이달 들어서는 두 배가 넘는 0.94% 떨어졌다.

?기존 주택값 당분간 약세=분당 해내밀공인 이효성 사장은 "집값이 뛸 때는 보유세가 별것 아니지만 집값이 꺾이기 시작하면 세금은 이중부담이 된다"며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뛰자 주택 수요자도 보유세에 민감해졌다"고 설명했다. 박정현 세무사는 "정부가 재산세와 종부세의 반영률을 계속 높일 계획이어서 공시가격 상승보다 보유세 증가가 주택 수요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기존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담보대출 억제라는 악재가 겹쳤다. 9월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나온다. 따라서 신규 분양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집값도 싸고 보유세 부담도 가볍다. 그러나 주거환경이 월등히 좋은 '버블 세븐'의 핵심 지역은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신규 분양주택은 서울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교육.생활 편의시설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인천 송도신도시의 더프라우 오피스텔 청약에서 나타났듯 시중에는 부동자금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핵심 지역의 집값이 급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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