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가 바꾼 멕시코 최대 공업도시 몬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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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멕시코 회사들은 처절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계열사의 납품마저 냉정하게 뿌리쳐야 했습니다."

멕시코 최대 공업도시 몬테레이에 자리를 잡은 LG 냉장고 공장. 연간 120만대를 만들어내는 현지 근로자 2200여 명의 손놀림은 무척 날랬다. 기자가 최근 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무 담당 간부인 로멜 사마니에고는 1994년 NAFTA 체결 후 불어닥친 변화에 관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음료수 생산업체인 펨사(FEMSA) 그룹 이야기다. 병 뚜껑을 만드는 파모사(Famosa)라는 계열사가 있었는데 펨사 그룹사들이 파모사 제품 전량을 받아줬다. 하지만 NAFTA 체결 후 상황이 확 달라졌다. 미국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열사들이 "값비싼 파모사 제품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느긋하게 영업해 온 파모사로선 청천벽력이었다. "파모사는 죽기살기로 비용 절감에 나서 살아남았다"는 사마니에고의 설명이다. NAFTA가 가져온 건 이 뿐만이 아니었다.

멕시코 최대 공업도시 몬테레이에 위치한 LG 전자 냉장고 공장에서 현지인 종업원들이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레이노사=연합뉴스]

미국에 대한 무역 장벽이 뚫리면서 파이어니어.BASF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거대 미국시장을 노리고 멕시코에 속속 둥지를 틀었다. LG도 그 하나였다. 이들은 일자리를 가져왔다. 정현세 관리팀장은 "LG만 해도 부품 회사들까지 쳐서 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나라 최대 공업 도시 몬테레이는 이렇게 번성했다. 이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1만2000 달러다. 멕시코 평균 7000 달러를 훨씬 웃돈다. 차로 돌아보니 홈디포.월마트 같은 미국의 대표적 체인 점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번듯한 건물과 활기찬 거리는 미국 남부 도회지 같다. 일자리와 편의시설이 많아 1900년 인구 30만이던 것이 500만 명 대도시가 됐다.

미국 텍사스의 이달고 국경 검문소에 멕시코의 레이노사로 향하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레이노사는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과 미국의 자본이 결합한 산업도시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 150여개가 밀집해 있다. [레이노사=연합뉴스]

몬테레이에서 동북쪽으로 2시간 가량 떨어진 레이노사. 70년대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과 미국의 자본력을 결합해 '마킬라도라(수출자유지역)'로 지정한 도시다. 마킬라도라는 면세로 들여온 원자재와 부품 등으로 물건을 만들어 가격경쟁력이 높다. NAFTA 체결 후에는 제품을 면세로 수입해 마킬라도라는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도시에는 150여 군데의 굵직한 사업장이 남아 값싼 멕시코 노동력으로 미국에 내다 팔 물건을 만들고 있다. LG 플라즈마 TV 공장도 여기에 있다.

몬테레이.레이노사(멕시코)=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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