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에 고입검정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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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20일 치른 92년도 제1회 고입자격 및 고졸검정고시에서 고입·고졸 통틀어 최고령으로 합격한 이근복 할아버지(69·서울 아현2동)는 『공부 못한 한을 뒤늦게나마 풀기 위해 시험을 치렀는데 합격해 기쁘다』고 했다.
학교라고는 국민학교 문턱조차 구경하지 못한 이 할아버지는 3년 전인 66세 때 공부를 시작, 지난해 국교졸업자격을 검정고시를 통해 얻은지 1년만에 다시 중학교졸업자격을 얻었다.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 쌀가게에서 허드렛일 종업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손자뻘 되는 학원생들과 함께 공부해온 이 할아버지는 시험에 대비해 1년 동안 하루 4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을 만큼 마지막 인생의 승부를 공부에 걸었다.
슬하에 4형제가 있지만 자식들의 도움을 마다하고 쌀가게에서 받는 월 30만원으로 부인·손자와 생계는 물론 학원 비까지 충당하며 사는 이 할아버지는 8월에 치를 예정인 고졸자격 검정고시에 다시 도전, 합격하면 대학까지 입학해 평생소원인 학사모를 써보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한편 이번 검정고시에서 고입자격 최고득점은 평균 98·6점을 얻은 이종수군(21·87년 부산 금정중3년 중퇴·부산시 노포동), 최연소 합격은 강지선양(14·서울 북아현1동)이 각각 차지했으며 고졸자격 최고득점은 김민영(24·성남시 상대원3동)·황인권(24·서울 숭인1동)·주용규(20·서울 역촌2동)군이 각각 평균 97·3점을 얻어 공동수석을 차지했고 최연소는 김소연양(15·서울시흥4동)이, 최고령은 안원희(68·서울 하월곡동)씨가 각각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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