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커플의 이혼율도 심각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

국제결혼 커플의 이혼율도 심각

위험한 결혼, 어쩔 수 있는 이혼 악순환 우려

▶ 국제결혼 부부를 위한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농촌 총각 10명 중 4명꼴로 외국인과 결혼하는 등 국제결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이혼 급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대법원이 2006년 국제 결혼·이혼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한 건수는 6,187건으로 전체 이혼 12만5,937건의 4.9%를 차지했다.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한 건수는 2003년 2,784건, 2004년 3,315건, 2005년 4,208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3년에는 1.6%에 그쳤지만 2006년에는 5%에 육박했다. 특히 2006년에는 외국인과의 혼인이 3만9,071건으로 2005년 4만3,815건에 비해 4,744건이나 줄었는데도 오히려 이혼은 크게 늘어 국제결혼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지난해 외국인과 결혼했다 이혼한 건수를 분석해 보면 외국인 아내와의 이혼이 3,924건으로 63.4%를 차지해 외국인 남편과의 이혼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전체 이혼 1,833건 중 국제이혼이 145건으로 7.91%를 차지해 국제이혼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전남 7.16%, 경북 5.72%, 충북 5.69%, 충남 5.52%, 전북 5.40% 등 농촌 중심의 도지역 국제이혼율이 5%를 넘었다.

서울은 2만7,437건의 이혼 중 국제이혼이 1,859건으로 6.78%를 차지해 제주·전남 다음으로 높았지만 부산 4.83%, 대전 4.31%, 인천 3.86%, 대구 3.16%, 울산 3.11%, 광주 2.82% 등 도시 중심의 광역시는 도지역보다 국제이혼율이 낮았다.

국제결혼은 1990년 100쌍 중 1쌍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농촌지역에서 국제결혼이 확산하면서 100쌍 중 13쌍까지 크게 늘었고, 배우자의 국적도 96개 국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졌다.

농촌 남성들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국적은 중국·베트남 등 유교문화권 국가들이었다. 지난해 베트남 배우자와의 결혼은 9,860건으로 전체 국제결혼의 25.2%를 차지했다. 베트남 남성과의 결혼은 48건에 불과했으나 여성과의 결혼은 9,81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베트남 배우자와의 이혼 589건은 모두 베트남 아내와의 이혼이었다. 중국인과의 이혼도 전체 2,835건 중 2,514건이 중국인 아내와의 이혼이었다. 이는 농촌 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찾았다가 결국 적지 않은 수가 이혼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농촌의 국제이혼 비율이 높은 데는 브로커가 끼어든 매매혼 등 비정상적 혼인에 따른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회·문화적으로 겪을 수 있는 부부간 갈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매매혼 등 국제결혼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7월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사법성 관리가 혼인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해 혼인의 자발성, 매매혼 여부를 조사한 뒤 문제가 있으면 혼인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