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국에 있어 수사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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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27일 김 회장 부자에 대해 출국금지를 검찰에 요청했으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 같은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 직후 첩보를 입수하고도 최근까지 수사를 미적거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화그룹 회장 자녀가 북창동 S클럽에서 폭행을 한다"는 112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지난달 9일 0시7분쯤. 당시 태평로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별다른 조치없이 철수했다. "종업원들이 '우리끼리 싸웠다'고 해 당시엔 김 회장 일행이 왔던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이다. 북창동 일대 목격자들은 "경관에게 김 회장이 왔었다고 말했다"고 말한다.

남대문경찰서는 한 달 동안 '내사'만 하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언론 취재가 시작된 24일 "김 회장과 아들이 모두 미국에 나가있어 조사는 5월 말에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21일 이미 귀국했었고, 김 회장 아들은 내내 한국에 있었다. 수사에 의지가 없어 간단한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거나, 언론 취재를 막으려고 의도적으로 거짓말했다는 얘기다.

폭행사건 발생 뒤 경찰청장 출신의 한화 고문(55)이 장희곤 서장에게 직접 전화해 사건을 문의했다는 부분도 경찰의 해명이 필요하다.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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