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마지막 승부수”/이종찬후보 「중대결심」 발언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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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결행하면 여권타격·청와대 입장 난처/“경선포기 위한 명분축적용” 해석구구/김 후보측 “사퇴도 경선은 경선… 놀랄일 아니다”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이종찬후보의 「3개항 요구 불응시 중대결심」 발언은 청와대,김영삼후보진영은 물론 이 후보 진영 내에서도 그 향방을 놓고 해석과 전망이 분분하다.
이 후보의 중대결심이 이 후보 진영내 강경파들의 주장처럼 경선포기론까지 이어질 것인지,아니면 협박용으로 그칠 것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있다.
○불쾌감과 우려 교차
○…청와대측은 이 후보의 13일 기자회견이 국면전환을 위한 있을수 있는 몸부림이며 따라서 맞대응할바 아니라면서도 후보사퇴내지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못해 내심 불쾌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후보의 중대결심이 현실화될 경우 여권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고민이 있으나 그렇다고 이 후보의 요구를 들어줄수 없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고무된것 같으나 그 조사의 신빙성엔 문제가 많다』고 지적.
청와대는 마냥 오불관언일 수도 없고,내놓고 어떤 언질을 던질 상황도 아니어서 일단 겉으로는 별다른 대응을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무마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응책중에는 노태우대통령이 주말쯤 이 후보를 불러 다독거리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 후보의 회견내용을 보고받고 아주 언짢아 한 것은 사실이다.
○…김영삼후보 진영에는 노 대통령과 김 후보를 싸잡아 같은 편으로 몰아붙이고 자신을 그 반대편에 세워 중대결심을 재차 강조한 이 후보의 태도가 뭔가 심상치 않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만만치 않다.
물론 아직은 이 후보의 공세가 열세를 뒤집기 위한 막바지 술수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더 많다.
그러나 김 후보 진영에서도 『이 후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황병태의원)는 의문과 함께 「중대결심」의 모습을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후보의 언동은 여당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서 그동안 몸담아온 민자당의 탄생을 어떻게 「야합」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여당생리상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쏘아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더욱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대의원들에게 그같은 전략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식으로 이해 안돼
따라서 이 후보가 수용될 수 없는 3개항의 조건을 15일까지 시한부로 요구한 것은 경선포기를 위한 명분축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 대표 진영은 『후보사퇴도 경선의 한 양태』라며 설사 그런 사태가 오더라도 놀랄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측은 이 후보가 전당대회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독자출마를 선언하거나 제3당에 합류할 경우를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이 후보 진영이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를 앞질렀다는 주장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둔 행동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탈당할 경우 따라나갈 현역의원이 5명을 넘지 않을 것이고 나가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출마해봐야 정치생명은 끝날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김 후보측은 이 후보의 발언을 감정적 차원의 불만표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더 중시,일단 전당대회까지 이 후보의 중대결심의 결행을 막아 포용하며 데려가겠다는 자세다.
○…이종찬후보의 「노심정면공격」「중대결심」 공세에 대해 측근들은 대충 세줄기로 나뉘어 해석하고 있다.
우선 이 후보 본인과 장경우부본부장·박범진비서실장을 비롯한 소위강경파들은 외압·불공정의 사태속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없으니 경선포기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한동·박준병의원,심명보본부장,김중위의원,최재욱대변인 등은 이른바 온건파들이다.
이들은 전략상 막판뒤집기를 노리고 「노심」의 추가확산을 막기위해 강경공세가 필요하나 이것이 경선거부나 탈당 등의 돌발사태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박태준명예위원장,채문식대책위원장,오유방·박철언의원 등은 「자유경선」이란 대의명분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사태를 좀더 지켜보자는 「중도파」에 속한다.
이 후보 자신은 「중대결심」의 유사시 결행에 대비해 명분축적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측근들 세줄기 해석
한 핵심측근은 『최근 몇가지 상황을 보면 완전한 들러리경선이며 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 후보의 결심』이라고 말했다.
측근 소식통들은 ▲노 대통령 처남 김복동씨의 YS지원과 ▲「노심 계측기」 이춘구총장의 친YS편향뿐 아니라 이한동·박철언의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말라는 외압이 가중되고 있는 것 등의 정황을 들고 있다.
강경파들은 김 후보측이 개인연설회의 대의원 80% 참석 보장협조는 커녕,오히려 이 후보 개인연설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경파는 15일 시한이후 16,17일쯤 「진로결정회의」를 갖고 경선거부여부를 결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압을 받고 있다는 박철언의원 본인도 『주말쯤에는 정말로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건파들은 ▲불공정상황이 심하지만 대의원들의 「반란」을 기대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하며 ▲경선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한동·박준병의원 등은 아예 장외투쟁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열심히 해서 6대 4정도까지만 만들어도 경선이후에 당권지분을 요구하는 등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낼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태준명예위원장도 자유경선 주장은 굽힐 수 없되 경선거부에는 부담이 따른다는 견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노선차이로 미루어 광화문진영과,나아가 민자당 경선은 16∼17일께 중요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김현일·김두우·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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