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허리띠 다시 졸라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中)이 지지조직인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조해진 공보특보(左)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야 한다. 나와 우리 캠프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봐야 한다. 숙고해야 한다."

재.보선 참패가 확정적이던 25일 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긴급 참모회의에서 한 이야기다. 이 전 시장이 이번 선거 참패를 얼마나 무겁게 느끼는지를 잘 보여 준다.

당초 이 전 시장은 개표 전망이 어두웠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야 결과를 알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종로구 견지동의 개인 사무실 안국포럼에서 지켜본 개표 결과가 초유의 참패로 드러나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10시쯤 그는 회의를 소집했다.

사무실 주변 공평동에 따로 마련된 회의 공간에 이 전 시장과 이재오 최고위원, 박형준 의원, 이춘식 조직특보, 백성운 행정실장,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마주 앉았다. 이 전 시장 캠프가 받은 충격의 핵심은 눈으로 확인된 '민심의 급격한 변화'였다. 40%를 넘는 지지율로 대세론을 굳히려 한 이 전 시장으로선 자신의 지지율도 언제든지 두 동강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26일부터 1박2일로 예정됐던 부산 방문 취소 ▶경선 활동 일시 중단 ▶여의도 사무실로의 이전 연기 등의 조치들이 두 시간 동안의 회의 끝에 나왔다. 이 전 시장은 회의에서 "후보들의 모습도 총부리를 안으로 들이대는 것처럼 국민에겐 비춰졌다"고 강조했다.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