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김수완, 15년만에 노히트 노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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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부터 노히트 노런을 의식했어요. 9회 마지막 타자를 잡는 순간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고교 야구에서 15년 만에 노히트 노런(No Hit No Run.무안타 무실점)의 대기록이 작성됐다. 제주관광산업고 우완 투수 김수완(19.3년)은 26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4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KT 후원) 효천고와의 1회전에서 9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김수완은 1회 첫 타자 공주현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으나 이후 26타자를 연속 아웃시켰다. 공주현은 주루사했다. 첫 타자 몸에 맞는 볼만 아니었으면 퍼펙트 게임을 할 뻔했다. 그러나 노히트 노런만 해도 고교 야구에서는 1992년 청룡기 대회 노장진(당시 공주고) 이후 15년 만이고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86년 권영일(당시 부산고) 이후 21년 만에 나온 경사다.

김수완은 1m84㎝의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최고 구속 141㎞의 직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투구수 85개에 플라이볼 14개, 내야 땅볼 6개, 삼진은 6개였다. 9회 마지막 타자 김향길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뒤에는 마운드 위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김현주(49).조정숙(45) 씨의 1남 1녀 중 막내인 김수완은 처음에는 유격수로 활동했으나 김해 내동중 2학년 때 본격적으로 투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해고 1학년 때 제주관광고로 전학, 성낙수 감독(전 삼성 투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한층 성장했다.

2005년 3월부터 제주관광고를 이끌고 있는 성 감독은 김수완에 대해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오늘 별로 좋지 않았지만 직구가 묵직하고 컨트롤이 뛰어났다. 다소 내성적이기는 하지만 성실하고 모범적인 선수다. 하나를 가르치면 두 개를 하려고 노력한다. 변화구를 좀더 연마하고 체중을 늘리면 대성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좋아하는 선수로 박정태(전 롯데)를 꼽은 김수완은 "체중이 너무 가벼워(65㎏) 매일 밤 라면을 2~3개씩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웃은 뒤 "체력을 키우고 변화구를 보완해 프로에서 훌륭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화섭 기자 myth@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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