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환상 속에 일상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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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규'UFO'(342x273㎝, 한지에 먹과 채색, 2007).

'So talented'전

서울 신사동 예화랑. 5월 15일까지. 02-542-5543.

조립 문구용 부속을 모아 만든 사자와 미사일(최성록.29.설치),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세상을 관찰하는 인물(임태규.31.한국화), 화면 속에서 실물보다 선명하게 반짝이는 보석(허유진.29.회화), 합성수지로 재현한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조정화.40.조각), 추상화나 정물화처럼 보이는 아파트 외관의 풍경(김수영.36.회화).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So talented'전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5명의 다양한 상상력을 보여 준다. 실제와 허구, 일상과 환상, 동심과 근심이 부딪치며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이미지들이 주목을 끈다.

최성록은 동심의 상상력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한 미사일은 그 자체로 폐허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파괴와 어둠의 상징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조립용 장난감 부품을 이어 붙여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재료가 환기하는 동심과 형태에서 드러나는 핵전쟁의 근심은 서로 부딪치면서 다양한 울림을 만든다. 그 울림의 내용은 소중함, 두려움, 유희정신 등일 것이다. 임태규는 2005년 송은미술대상전 미술상, 2006년 석남미술상을 받은 한국화가. 어린이의 미술치고는 정교하고 만화치고는 너무 환상적이고 동양화치고는 너무 복잡해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세계를 보여 준다. 제도권에 순응하지 않고 부유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특징이다.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현대인의 속도감은 독특하고도 현란한 필선으로 인해 극대화된다.

허유진은 주위의 모든 반짝이는 것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한다. 망원렌즈와 같은 초점, 극도로 과장된 빛의 반사효과가 특징이다. 관객은 이미지가 환영과 실재 사이를 오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평론가 고동연씨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매체, 양식, 재료 간의 영역이나 경계는 더 이상 현장미술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는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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