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말장난에 시청자들 눈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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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KBS·MBC·SBS 등 TV 3사의 저질·외설적인 오락화 경쟁이 도에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아무리 목청을 돋워 시청자 모니터 단체들이 문제점을 얘기해도 마이동풍 식으로 넘어가던 방송사들의 노골적인 시청률 경쟁이 최근 봄철 개편이후 부쩍 더 심해진 양상이다.
서울YMCA의「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은 최근 개편 후의 TV3사 신설 프로그램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한달간 집중 모니터한 결과를 보고서로 냈다.
이 보고서는 이번 개편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공·민영방송 구분 없이 연예·오락프로를 크게 늘린 점을 꼽았다.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시청률 경쟁체제로 들어서며 방송의 급속한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각 방송사가 거의 비슷한 형태의 퀴즈 프로를 대거 편성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담쇼를 선보였으나 정작알맹이는 외설·선정·말장난으로 가득차 있다는 매우 비판적인 평가들이 보고서는 내렸다.
대표적인 예는 KBS-2TV의『방으로 가는 쇼』로 외설성이 너무 지나치며 같은 방송사의『TV유쾌한 응접실』과 MBC-TV의『즐거운 세상』은 연예인들이 나와 시종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보고서는 각 방송사의 퀴즈프로가 사행심을 조장하고 필요이상으로 오락성에 쏠려 있는 것을 함께 거론했다. 특히 SBS-TV『지구촌퀴즈』의 경우 지나치게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문제들이 방송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연예 정보 프로와 뮤직비디오를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신설, 국내의 연예계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해 이 보고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방송의 저질·오락화 현상과 외국 상업문화의 무차별적인 유입이 심각하다는 시각이다.
방송사끼리 위험수위를 높여가는 오락화 경쟁 못지 않은 변화의 하나로 이 보고서는 양적으로 미흡한 보도 프로와 뉴스의 연성화를 들었다.
KBS-lTV의 지난달 14일 보도가 단적인 예.「다양한 패선」의 이름으로 여성들의 짧은 스커트 차림과 다리를 화면 가득히 보여주고「9시 뉴스현장」코너에서는 중국의 심천 풍경 중 밤거리 유흥가·콜걸 거래 현장 등을 방송한 것이다.
흥미거리로서의 뉴스를 추구하는 이 같은 뉴스의 연성화가 이번 개편이후 두드러지고 있고 심층성·시의성·현장성을 살린 뉴스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어린이프로의 경우 외국 만화영화와 우리 것이 여전히 주종의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비교육적이고 연예인 중심의 오락물이 판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린이 정서와 문화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방송에서 오락적 기능을 간과할 수 없으나 문화적 기능과 언론의 기능이 균형 있게 배분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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