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꺾기」여전하다/당국단속 쉽게 피하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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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탁상품 통해 대출 늘려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꺾기」가 여전하다.
재무부와 은행감독원은 대출과 관련된 강제성 예금인 꺾기에 대해 단속만 하면 사라진다며 작년 10월 이후 수차례 특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신탁예금 규모가 점점 늘어가고 있어 신탁계정을 통한 꺾기가 계속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7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은행 금전신탁계정 예금계수는 38조6천9백75억원으로 올들어 4개월간 4조3천7백9억원이나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의 증가액 2조5백2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신탁상품의 이같은 증가세는 은행들이 통화관리 대상이 아닌 신탁부문을 통해 대출을 늘리면서 신탁예금 쪽으로 꺾기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들어 4월까지 신탁 부문 대출은 작년 동기(8천8백84억원)보다 2.5배 늘어난 3조1천22억원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측이 금리가 높은 신탁대출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당국의 눈길은 쉽게 피할 수 있는 신탁예금으로 꺾기를 강요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의 신탁계정이 이같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은행 본연의 예금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작년 1∼4월중 은행 저축성예금은 2조9천3백34억원 늘었으나 올해는 1조7천8백76억원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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