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활용엔 보전이 우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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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의 개발문제가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도시민들의 휴식 및 생활 체육 공간을 그린벨트 안에 많이 조성키로 했고,특히 한강상류 미사리 조정경기장 일대 43만여평에는 대규모 위락시설 조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이 지금까지의 보존에서 이용으로의 방향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에 의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지난 71년부터 실시된 그린벨트제도는 정부의 강력한 행정규제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게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인구의 증가에 따른 지역별 개발의 필요성과 구역내 거주자들의 재산권 문제,쓰레기장 같은 혐오시설의 설치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의 신축적인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이유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가 오늘날까지 이정도 나마 유지돼온 것은 그러한 개별적이고 국지적인 필요성보다는 전체 도시주민의 생존환경의 보존이라는 대국적이고 근본적인 가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가치와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각종 산업·도시공해가 심해질수록 더욱 비중이 커지면 커지지 결코 낮아지는 추세는 아니다.
우리는 그린벨트의 신축적 활용을 무조건 막무가내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환경보전이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개발」의 차원이 아니라 불가피한 「활용」이라는 최소한으로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부의 설명대로 그린벨트 안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빈 집터에 산림욕에 필요한 벤치나 잔디밭을 만드는 정도의 활용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매점이나 식당을 두고 체육경기시설을 만든다면 그곳은 쓰레기가 넘치고 소란스런 난장판이 될 위험이 있다.
특히 미사리 조정경기장 일대의 대규모 위락시설 계획은 엄청난 환경훼손과 공해유발이 예상된다.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면 이에 부수되는 각종 편의시설이 불가피하고,대규모 주차장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들 시설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오물·오수가 한강으로 방류될 것이고,이는 곧 서울 시민의 상수도를 공급하는 잠실취수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위락시설이 없어도 팔당호의 오염이 극심한 사실을 누구 보다도 잘 아는 건설부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가.
생활체육이나 편의시설도 메마른 도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을 조금이라도 더 맑게 하는 일이다. 그린벨트는 그런 역할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하는 범위에서 활용의 신축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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