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서울대 자동화 시스템 공동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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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히 공장의 생산라인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무인자동화 시스팀(FA)을 첨단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생산라인뿐 아니라 소비자의 주문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산업전반에 걸친 모든 활동을 컴퓨터에 의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컴퓨터 통합 생산시스팀(CIM)이 미래의 시스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울대부설 자동화 시스템 공동 연구소장 고명삼 교수(62·서울대졸·제어계측공학)는 C IM만이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최첨단 기술이라며 임금인상·생산성저하·품질불량 등으로 도산하는 국내기업을 지적했다.
고 소장은 특히 21세기에는 소비자가 그때그때 요구하는 제품 옵션에 따라 생산 시스팀도 바로바로 변하며 자재에서 판매까지 지연되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캠퍼스 중턱에 6층 초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자동화 시스템 공동연구소(ASRI·133연구동)는 지난 88년 설립된 뒤 관련학과들의 연구실에서 개별적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다 지난해 4월 현재의 건물이 준공돼 한자리에 모이면서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설립 당시부터 국내 제일의 인적 자원과 당장 필요한 기술이라는 이유 때문에 국내 기업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공부·국내기업 뿐 아니라 외국기업의 한국지사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실정이라는 것. 그래서 ASRI는 다른 대학 연구소들과는 달리 학교·교육부의 지원이 전혀 없이 연구소의 모든 경비를 기업들의 지원금으로 해결하는 국내에서 유일한 자급자족의 연구소라고 불린다.
『기업들이 자선사업 차원에서 우리를 지원해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업적과 연구소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거지요.』
『ASRI는 4백여 명의 자체연구원과 82개 업체 2백여 명의 학외 연구원을 투입해 3년여만에 48억여원 상당의 수탁 연구과제 65건을 수행하고 국내외에서 3백91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습니다.』고소장은 1층에 자리잡은 자동화 시스팀 공동실험실을 보여주며 이렇게 자랑했다.
올해 들어서도 4개 업체와 함께 6건의 수탁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현재 2개 연구부 산하 12개 연구실로 구성돼 있으며, 고소장을 비롯해 신기술 연구부장 권욱현 교수(49·미 브라운대 졸·제어계측공학), 산업응용 연구부장 이교일 교수(51·독 아헨대 졸·기계설계학)등 14명의 교수연구원과 82명의 석·박사학생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확한 계산을 통해 각 생산장치간의 상호연결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더군요.』
컴퓨터 앞에서 산업용 지능로봇을 작동시키던 지능로봇 연구실 박태형 연구원(29·제어계측공학 박사과정)은 자동화기술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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