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의족 몸으로 교통정리/총리 표창받은 김무술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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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교 등교길서 8년간 봉사
의수·의족을 한 불편한 몸으로 신호등 없는 국교앞 건널목을 찾아 8년째 등교길 교통지도를 해오고 있는 「교통할아버지」가 2일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 범국민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김무술씨(60·서울 독산1동 주공아파트 1318동 1117).
『팔다리를 잃고 내팽개쳤던 삶을 새롭게 살 수 있도록 거두어준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27년전 고물상을 하며 고철을 뒤지던중 폭발물이 터져 오른쪽 팔·왼쪽 다리를 잃어버린 김씨가 교통정리 봉사에 나선 것은 84년 3월. 한때 불구를 비관,자살까지 기도했다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새삶을 시작해 뻥튀기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던 김씨는 신호등이 없는 서울 구로동 114번 시내버스종점앞 횡단보도에서 한 국교생 여자어린이가 달려오는 차에 치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밤새 그 끔찍한 광경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지 못하고 잠을 설친 김씨는 다음날부터 성치않은 몸을 이끌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사고현장 건널목으로 「출근」했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인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신호등이 생길때까지 「돈 안드는」봉사활동에 나섰다.
『수신호를 보내고 나면 온몸이 쑤시고 저려오지만 어린이들이 오늘도 탈없이 건강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지요.』
자신이 그곳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3년동안 단 한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는 김씨는 신호등이 신설되자 신호등이 없는 인근 구로국교앞 네거리로 옮겨 올까지 8년째 같은 봉사를 해온다.
손을 올리고 내리는 것이 본인은 고통스러워도 그가 의수·의족임을 아는 주민은 별로없다.
87년부터는 여름·겨울방학에 동사무소 강당을 빌려 「충효교실」을 개설,국교생·중학생에게 독학으로 터득한 한자와 예절교육도 했고 90년부터는 통장직을 맡아 손이 부족한 동네주민들을 대신해 주민등록증을 떼다주거나 전·출입 신고를 대신해주기도 하는등 바쁜 나날을 보낸다.
부인과 함께 12평짜리 영세민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월8만원의 통장월급과 트럭운전을 하는 둘째아들(25)의 보탬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김씨는 『장애자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걸을 힘이 있을 때까지 어린이를 위한 교통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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