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기기 日에 수출 휴대용 반주기로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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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휴대용 영상노래반주기를 '가라오케'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대량 수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엔터기술의 이경호(44.사진)사장. 그는 '첫 직장은 규모가 작을 수록 좋다'고 말한다.

군대를 마치고 대학에 늦깎이로 입학했던 그는 서른이 돼서야 학부를 졸업할 수 있었다. 나이 때문에 대기업 취업은 엄두도 못냈다. 결국 취직한 곳이 전기로 작동하는 방향제를 만드는 조그만 중소 전자업체였다.

"조그만 회사라 워낙 인력이 없었던 탓에 입사하자 마자 경리.무역.상품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입사 3개월만에 과장 직함을 달았고 얼마 후부터는 사장이 개인 사정으로 회사 업무에서 빠지면서 실질적인 사장 노릇까지 해야 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동년배들보다 월등히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셈이죠."

경영에 대해 나름대로 자신을 얻은 그는 10년 전 휴대용 노래반주기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건음(建音)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고비도 많았지만 첫 직장에서 직접 회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두고두고 도움이 됐다.

그 결과 1999년에는 사명을 현재의 엔터기술로 바꾸고 2000년에는 일본.미국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엔터기술의 휴대용 노래반주기는 국내보다 오히려 일본 시장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한 50만여대 중 30만대 가량이 일본에서 팔렸다.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올해 매출도 4백억원선을 돌파할 전망이고 직원 수도 1백50명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미국 유명 유통업체인 '서킷시티'로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사장은 TV는 물론 '미디어센터 PC' 등에 연결해 자신의 노래를 직접 저장.편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파일로 보낼 수 있는 완전 디지털화한 새로운 제품도 준비 중이다.

그는 "업소용 노래방기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가정용 시장은 이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단계"라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음악을 저장한 소프트웨어 등으로 사업 모델을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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