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구실·경제독립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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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현확·남덕우·이한기·강영훈씨 등 4명의 전직 국무총리는 21세기의 민족통일과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응키위해서는 정치인의 자질향상과 한국사회자체의 계속적인 민주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4명의 국정원로들은 29일 오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사장 강경식)주관의 「2000년을 바라보는 국가경영비전과 정책대안」심포지움에 참석, 정치·경제·사회·문화·통일외교분야의 주제를 각각 발표, 21세기에 대비한 국가전략과제에 관해 나름의 식견을 제시했다.
「21세기를 향한 정치적 과제와 선택」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신현확 전 총리는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지역감정, 정치지도력, 정치인의 자질문제와 이에 따른 국민의 정치불신감』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총리는 『해방이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이념도 정당도 아닌 특정지도자들이었으며 지도자들간에도 이념과 정책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자기 지역출신지도자를 선호하는 등 균형감각이 상실된 정치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신 전 총리는 이러한 정치파행의 대안으로 국민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내는 이념·정책정당의 확립과 국민에게 분명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의 자질향상을 꼽았다.
신 전 총리는 토론에서 『이념정당이란 반드시 급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고전적 자본주의에서 수정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야하며 결국국민들의 여론에 따라 흥망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덕우 전 총리는 「21세기를 향한 우리의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특히 일본과의 자본·기술협력이 중요한 과제며 국민의 비판을 받아온 경제력집중문제 해결에는 소유·경영의 완전분리와 관련업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사업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이와 함께 『경제팀을 전문화하기 위해 정치로부터 완전 독립된 경제관료 독립장치와 경제정책추진평가기관의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남 전 총리는 한국적 노사관을 묻는 질문에 『투쟁을 기조로 하는 서구의 노사관계와는 달리 한국의 노사관계는 가족적 융화관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민주화와 사회적 권위회복의 문제」를 발표한 이한기 전 총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권위주의 청산을 주장하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권위마저 부정하는 풍조가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다』며 『권위의 부재가 우리사회의 질서를 파괴해 가종 범죄·뇌물사건 등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리는 『피지배자에 대한 정통성과 설득력을 갖는 권위를 확립하기 위한 지도자들의 노력만이 우리 사회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사회에 권위를 지닌 원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내 눈에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이라며 『모두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각자의 권위확립에 노력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강영훈 전 총리는 「한반도주변정세와 남북관계」라는 주제발표에서 『남북간의 평화통일노력을 계속하면서도 북측의 이중적인 대남 통일 전술을 늘 경계해야한다』며 『민주화의 계속적인 진전으로 북측에 이끌려 가지 않을 통일주체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총리는 질의·응답을 통해 『통일의 방향은 이제 분단이전으로의 원상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할 때』라며 『통일 전까지는 개도국발 전 모델이, 통일 후에는 인류사회의 대립갈등을 해결하는 모형으로 자리잡아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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